이 기사는 2017년 08월 18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의 중심에는 '롯데'가 있었다.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최종 후보 선정 절차에서 한 표를 쥔 롯데 측 위원이 내부인사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롯데 측 위원은 애초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로 인해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 지지 위원 3명과 내부 인사인 박재경 회장 직무대행 및 정민주 BNK금융경제연구소 중에서 차기 회장을 뽑자는 의견을 나타낸 위원 3명으로 갈려 뚜렷한 결론을 짓지 못했다. 결국 3대3으로 맞서던 BNK금융지주 임추위는 최종 회장 후보 선정을 오는 21일로 미뤘다.

롯데그룹이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선에 이날처럼 직접 개입을 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전례는 부산은행(금융지주로 분할 전) 설립 이래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상 롯데는 경영권 행사를 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사내이사를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BNK금융지주의 2017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등 계열사를 통해 11.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12.14%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 파크랜드 계열은 6.3% 지분을 가진 3대 주주로 올라 있다. 국민연금·파크랜드 등과 달리 롯데그룹은 비상임이사 1명을 BNK금융지주에 파견해뒀다. 이봉철 롯데쇼핑 경영혁신실 부사장이 BNK금융지주 비상임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금융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사장이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여 중이지만 롯데그룹은 그동안 단 한번도 BNK금융지주 이사회 및 임추위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 은행 경영에 깊숙이 관여할수록 세간 또는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거리를 뒀을 것이란 평가다. 은산분리 기조에 배치되기도 해 대외적으론 은행 인사나 경영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 롯데그룹이 성세환 전 회장의 주가 시세조정 혐의 구속 사건 이후 처음 열리는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것도 내부인사뿐 아니라 외부인사에게도 최고경영자 자리를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 내부인사 지지를 선언했다.

BNK금융지주 안팎의 인사들은 롯데그룹의 행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주권 행사는 주주의 고유 권리이며 건전한 견제와 경영진 감시 차원에서 권장할 일이라는 해석부터 내부 인사들로 늘 CEO 교체가 이어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산은행 노조와 임직원 등에 '백기사'로 나섰다는 해석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와 임추위에 (이봉철 부사장이) 위원으로 포함돼 있어 회사의 의중과는 관계 없이 의견 교환을 나눴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때에 회사 차원에서 은행 인선에 개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봉철 사외이사는 수차례 걸친 연락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주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롯데그룹 측 사외이사이자 임추위원이 이번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준 결과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만일 21일 임추위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 못하고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 작업이 파행으로 치닫게 되면 롯데를 향한 궁금증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