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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내정자, 금융감독 체제개편 소신은 2000년 '금융감독 개선방안' 보고서 집필, 금융위·금감원 통합방안 눈길

김장환 기자공개 2017-09-07 08:53:22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6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장에 예상 밖 인물이 내정됐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후임 원장 후보로 지속해 거론되고 있었으나 금융위원회는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사진)를 원장 내정자로 6일 제청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해 임명하면 후임 금감원장 인선 절차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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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내정자는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금감원장 부임시 첫 민간 출신 원장이란 타이틀을 달게 된다. 옛 금융감독위원회 자체평가위 위원장을 역임했고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금융 분야 전문성이 뛰어난 인사로 평가받지만, 정부가 금융감독당국 체제 재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민간 출신을 앉혔다는 점이 의아하게 비쳐지고 있다. 그의 내정'설'이 불거지자마자 금감원 내부(노조)에서 "금융위의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는 비판 성명이 나왔던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최 내정자는 금융당국 체제 개편을 이미 오래 전부터 고심해왔던 흔적을 곳곳에 남겨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약 17년 전 그가 집필진으로 참여해 써냈던 연구보고서다. '금융감독제도의 개선방안'이란 제하의 해당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최 내정자가 생각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의 체제 개편 밑그림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 금융당국의 현 주소와는 동떨어진 면이 있겠지만 방향성은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해 보인다.

2000년 12월 발간된 '금융감독제도의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는 오성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연구진 총괄로 이름을 올렸다. 집필진에는 최흥식 당시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과 김대식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홍범 경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당시 금융발전심의위원회가 효율적인 금융감독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 목적으로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에 의뢰해 만들어진 보고서다.

이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당시 시대상을 고려해봐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가 촉발되며 불거진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기반으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출범한 지 1~2년 남짓 지난 시점이다. 금융감독기구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부터 독립시켜 금융감독시스템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자는 목적에서 금융감독체제 개편이 막 이뤄진 때다. 금융당국 재편이 과도기적 상태에 놓여있을 때 나온 연구보고서란 얘기다.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지금의 금융위원회가 2008년 탄생하기 전까지 비슷한 감독체제가 유지돼 왔다. 크게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3개 기구가 국내 금융감독 체제를 이끌었다. 2007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나눠 갖고 있던 정책과 감독 기능을 총괄해 이를 금융위원회로 넘겼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금융감독위의 후신이면서 보다 인허가, 검사, 제제 등 막강한 권한까지 가진 조직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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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내정자가 질필진으로 참여한 연구보고서에 담긴 개편안. 자료-서울대 금융감독제도의 개선방안 보고서 발췌

이런 가운데 해당 연구보고서에서 지금의 금융감독 체제에서까지 통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안은 금융감독위와 금감원의 개편방안이다. 금융감독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청을 설립하고 직원은 전부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 경우 발생가능한 단점도 언급돼 있다. 정부 주도형 금융감독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변화의 연속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관치금융이 강화될 수 있고, 또 민간기구인 금감원 직원을 공무원으로 신분 전환하게 되면 조직의 유연성 상실 가능성, 금융혁신이 억압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에서 도출한 '금융감독의 효율성 제고에 바람직한 방안'은 금융감독위를 금감원의 내부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금감원 내부 의결기구로 금융감독위를 개편하게 되면 △양측 기구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고 △전문적 인력 확보가 가능하며 △정치권과 행정부로부터 동떨어진 보다 중립적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단점은 '행정기구들의 반발'이 거론됐다.

물론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 체제 개편과 동떨어진 면이 많은 개편 방안이다. 올 3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을 토대로 보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명칭 변경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금감원 내에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둔다. 내년쯤에는 이 같은 방식의 금융감독당국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 내정자가 아주 오래 전 집필진으로 참여한 연구보고서란 점에서 그의 생각이 지금도 이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 연구시점 이후 금융감독 체제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아울러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금감원장에 오든지 간에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소신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해당 연구보고서에 적시된 '감독기구가 갖춰야 할 위상과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변키 어려운 소신일 수도 있다. 여기에는 이를 언급하며 "바람직한 금융감독제도를 마련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시장 중심적 정책기조 하에서 우선 금융감독 유관기관의 위상과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며 "각각의 위상에 부응하는 특화된 업무를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기초로 합리적인 견제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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