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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주주배당·연구개발' 불균형 심화 [위기의 자동차 부품사]②대주주 변경 후 순익 40% 현금배당…기술투자, 매출 4% 그쳐

길진홍 기자공개 2017-09-20 08:18:06

[편집자주]

완성차업계 부진 속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내수 침체에 이어 수출길이 막히면서 매출 감소와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 줄인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생사 갈림길에 섰다. 이제는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미래 생존 키워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8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온시스템은 전통적으로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오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 합작 투자 방식으로 설립된 태생적인 한계가 고배당 기조로 이어졌다. 몇 해 전 대주주를 사모펀드로 갈아탄 뒤에는 분기마다 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적인 성향이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외형성장과 맞물린 순익 급증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과 제품 다변화를 위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배당금 지급과 연구개발 투자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분기배당 적극…투자자 유인

한온시스템은 올 들어서 두 차례 배당금을 지급을 결의했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400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연결기준 2분기 누적 순이익은 1435억 원으로 배당성향이 55.8%를 기록했다. 상반기 유입된 순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에도 분기마다 배당을 실시했다. 1·2·3분기 배당금과 연말 결산 배당금을 더해 주주들에게 약 1200억 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41.11%이다.

한온시스템이 이처럼 분기배당을 실시한 건 2015년 7월 대주주가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로 바뀐 뒤부터다.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한앤코)는 한앤컴퍼니가 세운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옛 대주주인 비스테온(Visteon) 지분 50%를 인수하고 대주주로 올라섰다.

한온시스템 배당금 연구개발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인수를 마무리 지은 이듬해인 2016년부터 분기배당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분기배당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실질적인 투자자인 한앤컴퍼니의 입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분기배당은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당시부터 계획이 잡혀 있던 것으로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분기배당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앤코는 이전의 공격적인 배당기조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배당성향은 2014년 37.6%, 2015년 44.93%로 소폭 강화됐다. 2014년 이전과 비교하면 소폭 약화됐다. 당시 한온시스템 지분 70%를 소유한 비스테온은 순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2013년의 경우 배당성향이 61.9%에 달했다.

배당성향이 소폭 축소됐으나 주주배당을 통해 투자자 유인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기 배당은 주가 관리 등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효율적이다. 분기마다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등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대주주가 투자금 회수에 안전장치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배당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인 한앤코다. 한앤코가 한온시스템 지분 50%를 인수하는데 투자한 자금은 약 2조 8000억 원이다. 투자금 회수차원에서 중장기간 고배당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개발, 매출대비 4% 고정…순익과 격차

한온시스템은 배당금 지급과 맞물려 연구개발에도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2341억 원이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2165억 원, 2209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책정했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약 4% 수준으로 고정돼 있다.

전담 부서는 글로벌연구개발본부로 아래 모두 6개 센터를 두고 있다. 가변용량 사판식 압축기, 대용량 컴프레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공조시스템, 전동워터펌프 등의 연구개발 실적을 올렸다. 대부분 특허를 출현했으며 관련 제품을 현재 양산 중이다. 다수 양산 제품이 한앤코가 지분을 인수하기 전에 개발이 마무리됐다.

대주주 변경 후 수익성 증대를 감안하면 연구개발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온시스템은 2016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 3146억 원으로 전년대비 1.79% 불어났다. 순이익은 2912억 원으로 무려 26.73%의 증가율을 보였다.

올 들어서는 매출이 오히려 감소한 가운데 순이익이 늘었다.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 8222억 원, 229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3.3% 줄었는데도 영업이익이 15% 늘었다. 순이익은 1435억 원으로 5.3% 불어났다.

이에 따라 1분기와 2분기 배당금 지급을 크게 늘렸다. 상반기 배당금은 지난해 533억 원에서 올해 8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배당성향이 39.2%에서 55.8%로 16.6%포인트 증가했다.

사실상 순익과 무관하게 매출액 기준으로 연구개발비가 묶이면서 투자와 배당금지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당분간 이처럼 배당성향과 연구개발 투자 격차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상반기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대비 50%가량 감소했다. 3분기와 4분기에는 사드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곳간에 쌓아둔 풍부한 수주잔고가 매출로 인식되기 전까지 연구개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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