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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부회장, 재단 이사진·명칭 교체…2代 색 입혔다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오리온그룹]①선대 이어 이사장 전권, 이사·감사 7명 물갈이

노아름 기자공개 2017-12-11 08:04:30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5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앞서 지난해 그룹의 사회공헌 사업을 총괄하는 공익법인 재정비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故) 이양구 창업회장(사진)의 유지가 깃든 서남재단 명칭을 오리온재단으로 바꿨다. 이는 이관희 전 이사장에 이어 3대 이사장에 오른 이화경 부회장의 작품이다.

이양구 오리온그룹 창업회장
이 창업회장은 1960년대 초 산발적으로 진행해오던 사회봉사 활동을 체계화하기 위해 1987년 공익재단을 설립했다.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 15세의 어린 나이로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학업을 돕고자 하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재단의 현판을 본인의 호를 따 '서남장학재단'으로 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단 설립 이후 오리온그룹은 초창기 3년(1987~1989년)간 268명에게 총 46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동양시멘트가 재단 설립 당시 출연한 1억 원의 현금이 이를 가능케 했다.

고유목적(공익)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서남장학재단은 1989년 10월 목적사업의 범위를 넓혔다. 장학금 지급 등 고학생의 학비를 지원하던 기존사업에 더해 학술·문화 연구단체 및 개인 활동, 교육기관 지원사업 등으로 활동 보폭을 넓혔다. 재단 명칭에서는 '장학'을 떼어내고 서남재단으로 단순화했다.

공익재단의 명칭을 서남재단으로 개칭한 직후 이 창업회장이 별세했다. 그의 뒤를 이어 부인 이관희 씨가 서남재단의 이사장에 올랐다. 지휘봉을 든 이 이사장은 2015년 명예이사장으로 물러나기까지 27년 간 공익사업을 총괄했다.

어머니의 뒤를 이은 건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다. 2015년 12월 이 부회장이 제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오리온그룹은 '오너일가=재단대표' 공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룹 임원 출신을 중용해 재단 의사결정권을 맡겼던 코오롱그룹 등 여타 그룹사와 달리 오리온그룹은 철저히 소유와 경영을 일치시켰다. 창업회장과 부인, 그리고 딸로 이어지는 이사장 변천이 이를 증명한다.

오리온재단 1편_이사진 변동내역(크기수정)
<출처: 국세청 공익법인공시>

이 부회장은 공익재단 수장에 오른 뒤 본인과 함께 재단 살림을 꾸릴 이사진을 '이화경의 사람들'로 교체했다. 선대에서 수년째 변동이 없었던 비상임 이사 및 감사 등 7명은 이 부회장이 공익사업을 총괄하며 모두 바뀌었다.

2015년 이사진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박선주 법무법인 산경 대표변호사, 황원길 Bahn&Bann 교육컨설팅 대표, 조인경 아카데미웰 대표 등은 예술의전당 후원회 회원으로서 이 부회장과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이사진을 새로 꾸린 이 부회장은 지난해 공익법인 명칭도 변경했다. 2015년 12월 이사장에 오른 이 부회장은 불과 한 달이 지난 2016년 1월 공익법인 명칭을 서남재단에서 오리온재단으로 바꿨다. 이로써 30년 간 서남장학재단, 서남재단 등 '서남' 간판을 달고 있던 공익재단은 오리온재단으로 재탄생했다.

이사장 및 이사진 변동, 공익재단명 변경 등 일련의 행보는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이뤄져 주목을 받는다.

오리온그룹은 올해 ㈜오리온을 투자회사 오리온홀딩스와 사업회사 ㈜오리온으로 분할해 오리온홀딩스를 주축으로 세우는 지주사 체제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담철곤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 등 오너 일가는 30%를 밑돌던 그룹 지배력을 63%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더해 선친의 사회공헌 신념이 깃든 공익재단까지 이 부회장이 통솔하게 되며 오리온그룹은 본격적으로 오너 2세로 그룹 전권이 이양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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