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지주사 공식' 증명한 '담철곤·이화경' ①지주사 신주 81% 확보, 자사주 마법+지배력 강화 효과
박창현 기자공개 2017-11-21 08:36:15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0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크게 높였다. 자사주 마법(자기주식 의결권 부활)과 지주사-사업회사 간 주식 맞교환, 지주사 신주 독식 등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모든 공식을 완벽하게 따랐다는 평가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주사 전환 지렛대를 활용하면서 28%대에 불과했던 그룹 지배력을 63%까지 끌어올렸다.오리온그룹 지배구조는 올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였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오리온 지분율은 28%에 불과했다. ㈜오리온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였다. 오너 일가가 안정적인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지주사 전환' 칼을 뽑아 들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먼저 올해 3월 주총을 열고 ㈜오리온을 투자회사 '오리온홀딩스'와 사업회사 '㈜오리온'으로 나눴다. 기업 분할은 지주사 체제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다.
기업 분할이 완료되자 '자사주 마법'을 체험한다. ㈜오리온은 분할 전까지 자체 지분 매입과 계열사 합병 등을 통해 자사주를 차곡차곡 모았다. 먼저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자기주식 70만 주 가량을 확보했다. 이후 사고 팔기를 거듭하다 2012년부터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그러다 2015년 계열사 아이팩, 스포츠토토와의 합병 이슈가 발생하면서 새롭게 자사주를 취득했다. 당시 1만 5672주를 신규 취득하면서 보유량도 72만 여주까지 늘어났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12.08%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기업이 분할되면 자기주식 역시 분할존속기업 지분과 분할신설기업 지분으로 나뉜다. ㈜오리온 자사주 또한 오리온홀딩스(12.08%)와 ㈜오리온(12.08%) 지분으로 쪼개졌다. 자산 분할 계획에 따라 이 지분은 모두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 자산으로 편입됐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오리온홀딩스→㈜오리온→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자기주식의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마법이 이렇게 현실화됐다. 담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 지배력 강화와 사업회사 의결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셈이다.
지주사 전환 다음 단계로 오리온그룹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간 지분 맞교환 절차(현물출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된 자회사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 마법을 부렸지만 오리온홀딩스의 ㈜오리온 지분율은 12%뿐이었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카드가 바로 지분 맞교환이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리온홀딩스가 ㈜오리온 주주들을 대상으로 ㈜오리온 주식을 모집하고, 대신 그 대가로 오리온홀딩스 신주를 주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오리온홀딩스과 ㈜오리온 주식을 맞바꾸는 거래다.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주식을 추가로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시킬수 있고, ㈜오리온 주주들은 지주사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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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리온홀딩스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증 청약에 나섰다. 공개매수 대상은 ㈜오리온 주식 1000만 주(25.3%)였다. 주당 매입가격은 9만 6524원으로 책정했다. 맞교환 대가로 지급할 오리온홀딩스 신주 가격은 2만 2931원으로 정해졌다. 결국 ㈜오리온 주식 1주를 주면, 오리온홀딩스 신주 4.2주를 받는 거래 조건이 만들어졌다.
청약 결과 목표했던 1000만 주가 모두 모였고, 오리온홀딩스는 청약 참여자를 대상으로 신주 4209만 3204주를 발행했다. 주목할 점은 청약 참여자 명단이다. 이번 청약에는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두 자녀인 담경선 씨, 담서원 씨가 모두 참여했다. 청약 물량도 810만 주가 넘었다. 이는 전체 청약 물량의 81%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청약 대가로 지급되는 지주사 오리온홀딩스 발행 신주도 오너 일가가 대부분 가져갔다.
발행 신주를 독차지 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은 28.48%에서 63.8%로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14.57%에서 32.63%로 가장 많이 올랐다. 담 회장 역시 지분율이 12.83%에서 28.73%로 배 이상 늘었다.
이에 자사주 마법부터 지분 맞교환을 통한 지주사 지분 독식까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오너 일가의 오너십 강화 전형을 오리온그룹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회사로서 ㈜오리온의 매력도가 부각되면서 일반 주주들은 지분 맞교환보다는 계속 지분을 보유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로 인해 오너 일가는 거의 최대치의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배력 강화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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