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해체, 오리온재단에 불똥?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오리온그룹]③2014년 이후 동양 기부금 끊겨...오너 3세 '담서원' 구원등판
노아름 기자공개 2017-12-13 08:54:03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7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재단은 동양그룹 해체로 자금 운용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부가 뚝 끊기며 ㈜오리온 및 오너 3세의 출연금에 의존하게 됐다는 평가다.오리온그룹은 동양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故) 이양구 창업회장이 설립한 동양제과공업은 1950년대 시멘트와 제과사업을 양대 축으로 사세를 키운 뒤 금융 및 생활가전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혔다. 이후 2001년 계열분리가 이뤄져 오리온그룹은 식음료 및 엔터테인먼트 등 현재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설립 30주년을 넘긴 오리온재단에는 아직까지도 동양의 흔적이 남아있다. 1987년 동양시멘트가 출연한 현금 1억 원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재단은 이를 씨앗으로 현재 자산 243억 원을 보유한 재단으로 거듭났다.
재단이 변곡점을 맞이한 시점은 오리온그룹이 2013년 부도위기에 몰린 동양그룹의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한 즈음이다. 이는 오리온재단의 살림살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양그룹은 당시 2조 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상환 압박을 받다가 동생 회사인 오리온그룹에 손을 내밀었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가족으로서 도리 등 인륜과 경영자로서의 신의성실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독립경영 원칙을 지키겠다는 선택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선긋기로 인해 오리온그룹이 동양그룹 사태의 불똥을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결단 이후 되려 오리온재단이 타격을 입었다. 오리온재단에 대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자금 지원이 끊기며 재단 살림살이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4년 오리온재단은 ㈜오리온으로부터 3억 6500만 원의 기부금을 수취했다. 이는 전년 기부금 12억 원의 30.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오리온재단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동양, 동양시멘트㈜, 동양증권㈜, 동양생명보험㈜ 등 동양 계열사로부터 상당액의 현금을 기부 받았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중단됐다.
동양그룹 계열사는 오리온재단이 국세청에 공시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기부자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2008년에는 동양매직을 비롯해 총 7곳의 동양그룹 계열사가 2억 원을 출연했다. 이듬해에도 동양종합금융 등 동양그룹 계열사 7곳이 전년도와 같은 총 2억 원을 기부했다. 2011년을 제외하고는 약속이나 한 듯 연간 2억 원씩의 지원이 이어졌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간 오리온재단에 대한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부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동양그룹의 자금지원을 거절한 직후다.
오리온재단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은 담서원 씨 등 오너 3세다. 담철곤 회장과 이 부회장의 아들인 담서원 씨는 2015년 오리온재단에 30억 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오리온이 기부한 8억 원보다 약 3.7배 많은 액수다.
이는 6년 만에 이뤄진 오너 일가의 자금 지원이다. 지난 2009년 이 창업회장의 부인 이관희 오리온재단 명예이사장은 9900여 만 원을 오리온재단에 기부했다. 이 명예이사장이 1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금액을 지원했던 것을 감안하면 담서원 씨의 기부금 액수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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