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19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토종 가구브랜드의 강·약점과 기회·위협요소 등을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복수의 취재원들이 이케아를 끊임없이 언급했다는 점이다. 1호점 개장 시기를 감안하면 지금쯤 이케아 열풍이 잠잠해져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가구업계를 비롯해 굴지의 유통기업도 이케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이케아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시장 파이를 키웠다며 호황을 반기는 경쟁사가 있는가하면 우리는 대중명품을 지향한다며 이케아와 선 긋기를 시도하는 가구기업도 있다.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리빙제품에 특화된 브랜드의 판권을 사들이거나 그룹 총수가 나서 이케아 또한 의무휴업일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월 이케아 고양점의 매장 일부를 임차해 롯데아울렛 고양점을 오픈했다. 이는 광명점에 이은 두번째 임차 매장이다. 단독매장이나 복합쇼핑몰 형태에서 벗어나 이케아와의 공동출점 효과를 꾀했다.
롯데백화점이 자발적인 '셋방살이'를 시작하게 만든 배경에는 이케아의 고무적인 성장세가 자리했다는 평가다. 이케아가 국내서 거둬들이는 연매출은 3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사측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사업연도(2016년 9월~2017년 8월)에 매출 3650억 원을 기록했다. 외형이 줄어든 토종 가구기업들과는 달리 전년대비 5.8% 몸집을 불렸다.
그렇다면 이케아는 왜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을까. 그 실마리를 지난 7일 이케아코리아가 개최한 '스웨덴 코리아 영 디자인 위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스웨덴 본사 디자인 총괄과 이케아코리아 대표이사가 참석한 해당 행사에서는 이케아가 한국의 특이성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케아는 시장에 진입하기 전 수천 곳에 달하는 한국 가정방문을 통해 거주형태와 생활습관 등을 자료화했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문제점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클릭'으로 조립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구 조립에 익숙하지 않은 정서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이케아는 한 술 더 떠 국내 디자이너를 발굴해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디자이너 발탁을 염두에 두고 어워즈를 개최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이쯤 되면 롯데백화점이 이케아를 택한 배경이 짐작된다. 롯데백화점은 현지화를 고민하는 글로벌 기업과의 공생으로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게 될까. 배척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공존을 택한 롯데백화점이 유통업계에 어떤 시사점을 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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