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9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가 외국계 IB의 텃밭인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미래에셋대우는 접전 속에서 2위를 고수하며 외국계와 대등한 저력을 입증했다.

2017년 블록딜 대표주관 1위는 모간스탠리가 차지했다. 4분기 막판 역전에 성공해 2년만에 다시 왕좌에 올랐다. 블록딜의 전통 강자인 HSBC가 3위에 이름을 올렸고, 골드만삭스와 BOA메릴린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미래에셋대우 '깜짝 2위' 등극…예보의 한화생명 딜 '효자 노릇'

더벨의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블록딜 대표주관 순위(금액 기준)에서 2위를 차지했다. 총 6734억 원 규모의 딜을 주관하면서 단숨에 선두권으로 진입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6건을 주관해 1위를 기록했다.

2016년엔 블록딜 5위권 내에 진입한 국내 증권사가 1곳도 없었다. 그만큼 외국계 증권사들이 득세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2017년 미래에셋대우가 2위로 약진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토종 증권사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분전엔 예금보험공사의 한화생명 지분 매각이 효자 노릇을 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미래에셋대우의 주관 아래 2017년에만 8월(1738억 원)과 11월(1591억 원) 총 2건의 블록딜을 실시했다. 아직 상당한 잔여 지분(10%)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에도 미래에셋대우의 실적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2017년 블록딜 시장에선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의 지분 처분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국내 오너 일가의 블록딜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전담해 왔다. 하지만 이번 딜은 미래에셋대우가 주도해 성공적으로 매각을 완료한 사례로 남게 됐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서로 매입하며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블록딜 순위 2위에 올랐던 NH투자증권은 2017년 6위 자리에 올랐다. 역시 외국계의 독무대에서 고군분투한 한 해였다. 6월 들어 현대로보틱스(3522억 원)와 SK케미칼(956억 원) 블록딜을 주관하며 실적을 쌓았다. 4분기엔 국내 중견 기업인 동진쎄미켐(618억 원)과 코미코(526억 원)의 블록딜을 맡아 순위를 끌어올렸다.

*발행 규모 500억 원 이상 기준

◇ 외국계 IB 상위권 '독식'…블록딜 시장 5조 규모 '복귀'

국내 블록딜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외국계 증권사들이 쥐고 있다. 2017년 대표주관 1위를 차지한 모간스탠리를 포함해 5위권에 총 4곳의 외국계 IB가 포진해 있다.

2017년엔 선두 다툼이 유독 심했다. 1분기 결산 결과 1위를 차지한 건 모간스탠리였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롯데쇼핑 블록딜(3913억 원)을 전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기가 지나면서 골드만삭스가 1위로 치고 올라왔다.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지분 매각과 홍석현 전 회장(홍라영 전 부관장 포함)의 BGF리테일 블록딜을 담당한 덕분이다.

모간스탠리는 막판 재역전을 감행했다. 4분기 들어 대형 딜 2건을 몰아쳤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카카오(4307억 원) 딜과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밥캣(1348억 원) 딜을 따낸 끝에 결국 1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국내 블록딜 시장(500억 원 이상 기준)는 총 5조 5272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2016년(3조 5347억 원)과 2015년(4조 3754억 원)엔 시장이 위축됐지만 다시 5조 원 대로 복귀한 것이다. 무엇보다 롯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그룹사에서 블록딜을 쏟아내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