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29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조정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될 지 주목된다.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T1 입점사에 대한 임대료 30% 일괄 인하안을 백지화하고 사업장의 위치에 따라 이를 재조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철수도 불사하겠다던 롯데면세점의 향후 대응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2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7일 T1 출국장면세점 운영사 7곳을 소집해 임대료 조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당초 30% 일괄 인하안을 제시했던 것과는 달리 사업장의 위치에 따라 임대료 인하 비율을 차등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국적기가 탑승구를 옮겨 타격이 예상되는 서쪽 입점사업자의 경우 43.6%를 최종안으로 받아들일 전망이다. 이는 기존보다 13.6% 더 높아진 수치다.

◇T1 면세점 고객 43.6% 급감 예상…공사 "사업장 위치별 인하율 차등 적용"

수정안은 상권을 4곳(동·서·중앙·탑승동)으로 나눠 납부 체계를 변경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외에도 기존에는 유동여객 기준으로 감소분을 추정했던 것과는 달리 향후에는 게이트(GATE) 여객을 기준점으로 삼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10개월 간(2017년 1월~2017년 10월) 인천국제공항 T1을 방문한 여행객은 2539만 명이다. 내달 제2여객터미널(T2)이 개장되면 712만 명(28.1%)이 T2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에 따라 인천공항공사 측은 그간 30% 일괄 인하안을 제시해왔다.

수정안에는 면세업계의 주장이 일부 반영됐다. 면세업계는 출국장면세점의 위치에 따라 방문객 감소율이 다를 수 있으며 기존에 제시된 일괄 인하안은 탑승동에 위치한 면세사업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중앙을 기준으로 서쪽에 입점한 사업자의 임대료는 43.6%를 인하하고 동쪽에 입점한 사업자는 30.1%를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산정 비율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747만 명이 서편에 위치한 면세점을 찾았다면 T2 개장 이후에는 421만 명으로 방문자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T2 개장 이전보다 43.6%나 감소하는 셈이다. 기존 감면비율(30%) 대로라면 이들 사업자는 13.6% 임대료를 더 납부해야 하는 처지였다.

반면 롯데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등 동쪽에 입점한 면세점의 경우는 유동인구가 30.1% 감소할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내다봤다. 기존 10개월 간 707만 명이 동편에 위치한 면세점을 찾았다면 T2 개장 이후에는 49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탑승동 및 동·서쪽에 골고루 매장이 분산되어있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사업자의 경우 사업장 위치에 따라 적용되는 인하 비율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이 운영중인 탑승동의 잠정감액률은 16.1%다.

◇롯데면세점 "별도 협상, 철수 모두 고려"

이처럼 임대료 인하 비율이 세부적으로 재조정되며 업계의 관심은 롯데면세점으로 쏠렸다. 롯데면세점은 T2 개장과는 별도로 T1 임대료 재조정 협상을 벌여왔던 터라 해당 결과가 롯데면세점의 협상 의지를 꺾을 지 면세업계의 관심이 모였다.

롯데면세점은 앞서 인천공항공사에 T1 임대료를 최소보장액에서 품목별 영업료율로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월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 요청 공문을 발송한 뒤 지금까지 양측은 4차례 협의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이후 협상이 진척되지 않자 롯데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신고서를 제출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결정된 인천공항공사의 권역별 임대료 비율 재조정과는 별도로 그간 제기해 온 요구사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임대료 재조정 건은 2015년 3기 면세점 사업자들과 계약 체결 당시 이미 예고된 바 있으며 따라서 현재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와 개별적으로 벌이고 있는 협상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4차 협상 이후 추가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으며 현재는 공정위 제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롯데면세점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임대료 지출을 유지하기보다는 패널티 성격의 임대료를 납부한 뒤 T1에서 발을 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T1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계약조건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제3기 영업기간을 채우면 내년 2월 말 T1에서 철수할 수 있다. 다만 직전 사업연도의 3개월 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해당액은 4000억 원 상당으로 파악된다.

다만 면세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운영하는 출국장면세점의 외형 및 국정농단 재판 선고 시점 등을 감안하면 롯데면세점이 쉽게 철수를 결정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는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의 매출 외형은 롯데 소공점, 신라 장충점의 뒤를 이어 국내서 세 번째로 덩치가 크다"며 "때문에 임대료 지출이 크다 하더라도 롯데면세점이 해당 사업권역을 경쟁사에 내어준다면 업계 순위가 뒤바뀌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내달 선고를 앞둔 국정농단 재판도 롯데그룹 측에서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며 "출국장면세점 사업권이 연관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롯데 측이 시내면세점 특혜 시비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해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한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