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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코, '도시가스 공급' 불안한 홀로서기 [갈림길 가스업]②'지주사 전환' 4월 신설법인 출범, 수익 부진·재무악화 등 부담

심희진 기자공개 2018-01-23 08:11:35

[편집자주]

가스업은 대표적인 독과점 사업이다. 플레이어들은 단단해진 산업지위를 통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업고 그룹 내 확고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알파(α)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다만 고착화된 사업구조 탓에 진일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갈림길에 선 가스업, 그 현주소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스코가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주력 부문인 도시가스 사업을 독립법인으로 떼어내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시장은 도시가스 부문의 홀로서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정한 수익을 창출하며 예스코 성장을 이끌어온 도시가스 사업의 실적이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 중인 차입금의 상당 부분이 물적분할 과정에서 독립법인으로 이관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예스코는 최근 도시가스 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오는 4월 1일부로 존속회사(가칭 예스코홀딩스)는 자회사 제반 사업을 육성하는 지주사로 거듭난다. 신설회사(가칭 예스코)는 도시가스 공급 및 가스기기 판매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도시가스 공급은 예스코가 1981년 설립 이래 지난 37년간 영위해온 주력 사업이다. 예스코는 서울 성동구를 비롯한 9개구와 경기도 남양주, 구리, 포천 등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천연가스를 판매하며 사세를 확장해 왔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데다 여러 사업자가 권역을 나눠갖고 있어 사실상 독점 시장이나 다름없다. 예스코는 도시가스 공급을 발판 삼아 2010년 1조 원 이상의 자산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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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10년대 들어 도시가스 사업의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도시가스 부문은 9000억 원 안팎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2010년 1조 원을 넘긴 매출액은 2013년 1조 4000억 원까지 늘어났으나 2014년 1조 3000억 원, 2015년 1조 1000억 원, 2016년 9300억 원으로 매년 줄었다. 2009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1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2000년대 약 200억~300억 원이었던 도시가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2년 199억 원, 2013년 117억 원으로 줄었다. 2014년에는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듬해 다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50억 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때도 두 자릿 수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 역시 0%대로 하락했다. 90%가 넘었던 영업이익 기여도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전국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79%, 서울 등 수도권 보급률은 90%에 달한다. 배관설치가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에서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권역에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는 셈이다. 예스코의 도시가스 판매량은 2011년 600억MJ(1㎡ 면적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량)에서 2014~2016년 500억MJ대로 감소했다.

다른 원료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용 도시가스의 경우 LPG, 벙커씨유 등과 경쟁 관계에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타 에너지원의 단가가 저렴해지자 연료비 절감 차원에서 도시가스 수요가 대거 이탈했다. 난방 및 취사에 도시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난 것도 악재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평균 소매요금을 제어한다는 점도 실적 정체로 이어졌다. 정부는 도시가스 업체들의 독점 사업권을 인정해주는 대신 판매단가를 직접 규제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매요금을 인상한다 해도 도시가스 업체들은 기존에 정해진 공급마진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원가보전형 사업이긴 하나 물가상승률 등이 가격에 시시각각 반영되기 어려운 탓에 평균 이익률이 높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 공급권역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설비 개선에 비용이 투입되고, 정부의 소매요금 통제로 이익 창출에 한계가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특히 2014년에는 평균기온 상승, 경기 둔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의 영향으로 예스코의 영업실적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예스코의 연결실적은 건설·PC(Precast Concrete) 제조 부문이 제 역할을 하며 부침을 상쇄해 왔다.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도시가스 사업이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갈 경우 업황 정체가 예스코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스코 관계자는 "영업환경이 어려운 건 사실이나 독립법인으로 출범한다고 해서 도시가스 경영 전략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무구조가 악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분할 작업이 완료되면 지난해 9월 말 예스코의 총차입금 1743억 원 중 70%인 1244억 원이 도시가스 법인으로 넘어간다. 차입금 만기가 대부분 1년 미만이라는 점, 현금성자산의 경우 183억 원 중 6억 원가량만 이관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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