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레이로 일군 '김승연 1인체제' [오너십의 탄생]①한화유통 활용 ㈜한화 지배 강화, 자사주로 안전판 마련
박창현 기자공개 2018-01-26 08:15:23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3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9살의 나이에 부친을 잃었다. 장남은 그렇게 일찍부터 무거운 짐을 어께에 짊어져야만 했다. '신용'과 '의리'를 강조했다. 큰 조직에 빨리 녹아들기 위한 그만의 처세술이 아니었을까 싶다.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아야 했다. 화학과 에너지, 금융이 눈에 들어왔다. 사업 확장과 안착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동생과의 상속 문제가 남아있었다. 아우는 제과·빙과 사업을 갖고 독립했다. 큰 일들이 마무리되자 비로소 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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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1997년 말 기준으로 ㈜한화 지분이 5.1%에 불과했다. 최대주주는 한화기계였다. ㈜한화는 한화개발과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에너지, 한화국토개발, 한화포리마 등을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 지주사였다. ㈜한화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 전체 그룹을 장악할 수 있었다.
1998년부터 ㈜한화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요동친다. ㈜한화는 그 해 한화기계와 합병을 단행했다. 합병 후 한화유통(현 한화갤러리아)이 최대주주(8.99%) 자리를 꿰찼다. 반면 김 회장 지분율은 4.2%대로 희석됐다.
이후 한화유통과 ㈜한화, 김 회장은 빈틈없는 오너십 구축 계획 아래 한 몸처럼 움직인다. 먼저 한화유통이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주도했다. 한화유통은 최대주주 등극 후 2년 동안 유증 참여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28.3%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한화는 자사주를 크게 늘렸다. 2000년 들어서 자기주식 1000만 주를 사들였다. 이는 전체 발행 보통주의 13%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따라서 자사주 보유량이 늘어날수록 기존 주주들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화유통과 김 회장이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다.
확실한 오너십 구심점이 생기자 2002년부터 김 회장이 직접 움직였다. 한화유통이 보유 지분을 시장에서 팔면 그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나갔다. 그 해 한화유통은 보유 지분 28.6% 가운데 18.7%를 팔았다. 반면 김 회장은 8.57%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그 결과 최대주주가 한화유통(9.91%)에서 김 회장(12.95%)으로 바뀐다. 김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화 최대주주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김 회장과 한화유통 간 손바꿈은 2003년 화룡점정을 찍는다. 한화유통은 그 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9.91%를 모두 팔았다. 대신 김 회장이 딱 그 지분만큼을 새롭게 취득했다. 이 거래로 김 회장 지분율이 22.69%로 늘어나면서 확고한 1인 지배체제가 구축됐다.
수십년 간 '정중동'을 유지하던 ㈜한화 지배구조는 김 회장의 행보 하나 하나에 크게 요동쳤다. 한화유통은 ㈜한화의 최대주주 올랐다가 2년 만에 지분율 '0'이 됐다. 사실상 그 지분 대부분이 김 회장에게 넘어갔다. 김 회장 오너십 구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모양새다. 여기에 ㈜한화 자사주는 징검다리를 쉽게 건널 수 있는 지팡이가 됐다는 평가다.
탄탄한 오너십이 구축되자 김 회장은 이후 승계 포석 마련에 나섰다. 2007년 처음으로 ㈜한화 지분 4만 주를 부인 서영민 씨에게 증여했다. 같은 해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등 세 자녀에게 300만 주를 물려줬다.
지분율이 16.8%까지 쪼그라들자 이후 다시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했다. 증여 이듬해인 2008년에만 총 서른 일곱 차례에 걸쳐 3.2% 지분을 사들였다. 2009년에도 2% 넘는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율이 22.4%로 올라갔다. 2010년에도 지분 매입 행보가이어졌다. 수 차례 장내매수에 나섰고 지분율 또한 22.6%로 정점을 찍었다. 지분 매입에는 총 13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김 회장은 현재까지 이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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