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만든 부영의 '주택임대업' 신화 [부영의 고속성장과 그늘①]정부서 토지·자금 지원받아 성공…특혜시비 끊이지 않아
이상균 기자공개 2018-02-20 15:27:45
[편집자주]
35년 만에 재계순위 20위권에 진입한 부영의 고속성장은 드라마틱하다.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은 주택임대업에 진출해 자산 21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IMF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유수의 건설사들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자랑했다. 주택임대업의 특성상 외풍은 피할 수 없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정부기금 지원과 택지 배정 등으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중근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부영의 성장 스토리와 사업구조, 지배구조, 후계구도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8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영 고속성장의 비결은 '역발상'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건설사들이 중동 등 해외시장에 매달리고 있을 때 역으로 공공임대주택사업에 주목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금동원력이 뛰어난 부영은 어느 순간 재계순위 16위에 올랐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수조 원의 국민주택기금과 토지를 지원 받으면서 1990년대부터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중동시장서 쓴맛, 주택임대업으로 재기
부영 이중근 회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익숙한 경영자였다. 1972년 우진건설산업을 설립했고 중동건설 특수가 한창이던 1977년 중동시장에 진출했다. 한때 한국도시개발, 삼환, 한신공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식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영광은 짧았다. 1978년부터 중동건설 시장이 서서히 냉각되면서 국내 건설사간 출혈경쟁이 이뤄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우진건설산업은 흑자부도를 냈다. 이 회장은 한동안 건설업을 떠났다. 정계진출을 위해 국회의원 출마까지 노렸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인 꿈을 접은 이 회장은 1983년 서울 영등포에 부영의 전신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는 업종을 바꿔 주택임대업에 도전했다. 건축비가 저렴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했다.
주택임대업에 대한 규정과 법체계가 미비했고 개념조차 낯설던 시기였다. 부영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부영의 성장 스토리가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발전 역사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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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은 임대주택 공급을 매년 꾸준히 늘려나갔다. 1985년 임대주택 공급은 740가구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1989년 처음으로 1570가구까지 늘어났다. 1990년대 들어서도 1500가구 안팎을 유지하다가 1992년 3808가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5년과 1996년에는 각각 1만 996가구와 1만 2523가구를 기록하며 건설업계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1997년 IMF 경제위기는 부영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유수의 건설사들이 무너지는 와중에서도 부영은 꾸준한 실적을 이어갔다. 임대주택 수는 1998년 9813가구에 이어 1999~2004년 6년 연속으로 1만 가구 이상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2014년에는 임대의무기간이 경과한 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이 대거 이뤄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2014년에도 임대주택 공급규모는 1만 2641가구를 기록했다. 1985년부터 2017년 4월까지 공급한 임대주택 수는 22만 가구에 달한다. 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부영의 순위는 12위까지 올라갔다.
◇5년간 주택기금 3.4조 지원받아
부영의 주력인 공공임대주택사업은 정부 지원이 상당하다. 장기저리의 주택도시기금을 대출해주는 것은 물론, 저가의 공공택지도 우선 배정해준다. 부영주택이 2012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승인 받은 주택도시기금은 3조 8699억 원이며 이중 실제 차입한 금액은 3조 4062억 원이다.
문제는 부영이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을 사실상 독식하면서 특혜 시비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1999년 부영이 지원받은 국민주택기금(현재 주택도시기금)은 5033억 원으로 2위인 리젠시빌건설(464억 원)의 열 배가 넘는다. 2000년에도 부영은 4098억 원을 받아 2위 한국토지신탁(792억 원)을 크게 앞질렀다. 2013~2017년 주택도시기금이 지원한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6조 4383억 원) 중 부영은 3조 4538억 원으로 5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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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급 받은 택지도 가장 많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실에 따르면 부영은 2010~2017년 6737억 원 규모의 임대주택용 토지 8개 필지를 받았다. 분양주택용 택지도 2조 3598억 원 규모의 36개 필지를 받아 대우건설, 호반건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공임대주택사업의 특성상 부영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고 본다. 세간에는 이 회장의 고향이 전남 순천인 점을 감안해 DJ 정부 때 급성장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YS 정부 때부터 부영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 가도를 달렸고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1990년대 말에는 신안종합건설, 성원건설과 함께 ‘호남 3인방'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임대업과 부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경기가 나빠졌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잇다"며 "주택임대업은 특성상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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