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주택임대업', 성공 방정식 '정부 지원금' [부영의 고속성장과 그늘②]'저리융자+주택도시기금' 꾸준한 현금창출…분양전환 통한 매출 확대
김경태 기자공개 2018-02-20 15:28:17
[편집자주]
35년 만에 재계순위 20위권에 진입한 부영의 고속성장은 드라마틱하다. 남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은 주택임대업에 진출해 자산 21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IMF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유수의 건설사들이 추락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자랑했다. 주택임대업의 특성상 외풍은 피할 수 없었다. 수 조원에 달하는 정부기금 지원과 택지 배정 등으로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이중근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부영의 성장 스토리와 사업구조, 지배구조, 후계구도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8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영그룹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임대사업에 주력했다. 정부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아파트 임대를 통해 꾸준히 현금을 거둬들였고, 분양 전환으로 매출을 늘리면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다.◇주택 임대사업, 저리 융자·주택도시기금 활용 '고성장'
부영그룹은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다. 부영그룹이 사업을 시작한 후 작년까지 지은 아파트는 26만 5000여 가구인데 이 중 80% 정도가 임대 아파트다. 작년 9월 말 기준 290개 사업지에서 6만 4155가구의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부영그룹이 주택 임대사업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 보급이 충분치 않자 신도시를 건설하는 한편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다수의 건설사는 분양사업을 통해 대규모 이익을 남기는 것을 선호했지만 부영그룹은 달랐다.
부영그룹이 주택 임대사업에 공을 들이자 정부도 화답했다. 차입금을 제공했고 이자율도 낮은 편이었다. 부영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부영이 외부감사법인이 된 1999년 당시 사업 현황을 보면 한국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9억 원을 단기차입했다. ㈜부영의 전체 장기차입금 중 7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한국주택은행으로부터 끌어온 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은 3%~14%였다. 최저이자율을 놓고 보면 다른 대출보다 금리가 낮았다. 한국외환은행과 나라종합금융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에 대한 금리는 각각 11.3%, 14.5%였다. ㈜부영은 한국주택은행으로부터 장기차입도 했는데 350억 원을 이자율 4~4.5%에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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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이 사업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주택도시기금(옛 주택융자금)이다. 주택도시기금은 정부에서 국민주택 건설지원 등의 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상환 기간이 장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차입보다 상대적으로 유동성에 대한 부담이 적다.
㈜부영은 1999년 한국주택은행으로부터 주택도시기금 5832억 원을 지원받았다. 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이거나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조건이었다. 이자율은 3~5.5%였다.
그 후 금액 측면에서 매년 증가했고 2005년 말 3조 원을 돌파했다. 이듬해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2012년 말 1조 4605억 원까지 줄었다.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2013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5년 말 3조를 다시 넘었다.
㈜부영의 주택도시기금은 2016년 말에 3조 3361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근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지분 98%를 보유한 동광주택산업㈜도 주택도시기금을 끌어왔는데, 이를 합치면 총 3조 7421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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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분양 전환 '매출 증대'…가격 놓고 '입주민 집단소송' 부담
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한 점도 부영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경우 감정평가액과 공사원가 등을 고려해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한다. 새롭게 들어오는 분양수입을 통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다.
부영그룹이 공급한 아파트 중 80%가 임대이지만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분양수입이다. ㈜부영의 매출 중 분양수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1조 원을 웃돌았다. 임대수입은 500억 원대 수준이다.
분양 전환의 또 다른 장점은 임차인에게 주택도시기금 차입금과 임대보증금이 이전돼 실제 상환 부담이 축소되는 것이다. 주택 경기가 나빠져 분양전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지만, 최근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은 없었다.
분양 전환 과정에서 입주민들로부터 다수의 소송을 당한 점은 부담이다. ㈜부영은 2016년 감사보고서에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270건으로 총 소송가액은 3492억 원"이라며 "이 중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가격산정과 관련된 정보는 소송결과에 현저하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공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영의 소송충당부채는 2013년 말까지 100억 원대였다. 이듬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며 600억 원을 돌파했다. 2016년 말에는 872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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