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자금 6천억 어디쓸까 삼성생명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 vs 큰 의미 없이 비주력 자산 매각
이상균 기자공개 2018-03-07 08:06:52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2일 12: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삼성물산이 서초사옥을 삼성 계열사가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6000억 원이 넘는 매각대금의 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서초사옥 매각대금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초사옥 매각도 이재용 부회장의 비주력자산 매각의 일환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서초사옥 3.3㎡당 2500만원 이상
삼성물산은 최근 국내외 부동산 자문사들에게 서초사옥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이들은 다음달 6일까지 삼성물산에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보안유지를 중요시하는 삼성물산의 성향을 감안하면 서초사옥 매각도 비밀리에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되는 등 곤욕을 치르면서 삼성물산의 경영 투명성 확보에 대한 압박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제한적 경쟁입찰로 진행이 되면서 삼성물산이 서초사옥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로 넘길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금융계열사로 서초사옥을 넘긴다면 굳이 경쟁입찰을 실시한 필요가 없다. 만약 금융계열사가 낮은 가격을 써내고도 서초사옥을 인수하게 된다면 경쟁사들의 강한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삼성물산이 계열사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비싼 가격을 제출한 곳에 서초사옥을 넘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대금은 최소 60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2007년 12월에 준공한 서초사옥은 지하 7층, 지상 32층 규모로 연면적은 8만 1117㎡다. 국내에서 입지조건이 좋기로 손꼽히는 강남역 인근에 위치했다. 2017년 9월말 기준 장부가는 5570억 원으로 3.3㎡당 2260만원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초사옥의 3.3㎡당 가격이 2500만 원 이상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이를 토대로 하면 총 매각가는 6100억 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3.19% 의결권 행사 못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삼성물산이 서초사옥 매각대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여부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중에서도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61%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19%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3.19%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전문개정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은 동일계열의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산법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었다"며 "이 점을 고려해 당시 정부는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 매각하지 않고 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의 의결권을 정지시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은 이 지분을 단계적으로 사들여 의결권을 부활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의 자산가치가 매우 높아 매각에 반대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라며 "이 부회장이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인수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02조 원으로 지분 3.19%를 인수하기 위해선 최소 9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각대금(6000억원)으로는 삼성전자 지분 0.2% 매입만 가능하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삼성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2조 9931억원)을 모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지분 1.2%를 추가하는 수준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의 서초사옥 매각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그룹은 상징성이 큰 건물도 거리낌 없이 매각해왔다.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과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이 대표적이다. 이중에서도 태평로 사옥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애지중지하던 건물로 삼성그룹 내에서도 반대가 컸지만 이 부회장은 매각을 강행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전기·전자 분야의 CEO를 목표로 하면서 주력사업과 관계가 없는 방산, 화학, 부동산 등을 꾸준히 매각해왔다"며 "지난해 초부터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초사옥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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