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6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건설인 신년인사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배사 제안을 받고 조심스럽게 단상 위로 올라간 뒤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새해에는 건설현장의 재해가 사라지고 견실한 시공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건설 산업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시 연이은 타워크레인 사고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장관의 당부는 3개월이 지난 현재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부산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4명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것도 안타깝지만 포스코건설 입장에서도 최악의 시기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건설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조하는 시점에 이런 사고가 터졌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확하게는 포스코건설에서 하청을 받은 건설사의 책임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포스코건설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엘시티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이권 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곳이다. 모든 이가 함께 누려야 할 해운대 바로 앞 부지를 특정인이 주거하는 공동주택단지로 허가해준다는 발상 자체가 특혜의 시작이었다. 관광호텔 부지를 나중에 주택단지로 용도 변경해준 과정도 의심의 여지가 많았고 결국 수많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교도소에 수감됐다.
말 많고 탈 많은 사업인 만큼,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의 마음고생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사업적인 측면에서 엘시티는 나무랄 데가 없다.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엘시티 공사비 규모는 1조 4867억원에 달한다. 포스코건설의 수주물량 중 베트남 남딘 발전사업(1조 5869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2조원이 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여의도 파크원(1조 1940억원)보다도 공사비 규모가 더 크다.
이는 고급 공동주택단지를 표방한 엘시티가 거액의 공사비를 책정해 투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시티는 분양 당시,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과 해외 고액자산가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VIP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역석절이게도 시행사는 건축물을 최고급으로 짓는 데 아낌없이 투자를 하면서 정작 시공사는 이곳 노동자들의 안전관리에 인색했다. 그 대가는 혹독하다. 포스코건설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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