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6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은둔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고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1993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25년 동안 그룹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장 회장에 대해선 언론 인터뷰 한줄 찾아보기 힘들다. 연세대 상학과 출신인 장 회장은 모교 최고경영자(CEO)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직이 그의 유일한 대외활동이다.장 회장은 승계 작업에 있어서도 대외 노출을 피하며 '은둔 경영' 사례를 추가했다. 그는 고 김세련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장녀 김혜경씨와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사장과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딸 장혜선씨다.
장 회장은 2012년 자본금 35억 원으로 씨케이라는 투자전문회사를 세웠다. 장 회장과 부인, 세 자녀 등 5인이 지분 20%씩을 나눠 가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재벌의 가족회사들이 연상된다. 계열사 일감을 몰아줘 가족회사를 키워 자녀들이 승계 재원을 확보하도록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씨케이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이 없다. 2016년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했는데 단돈 4300만 원이다. 계열사 지원은 커녕 영업활동도 거의 없었다. 씨케이가 계열사 지분관리 역할만 했기 때문이다. 가족 5인이 유상증자로 회사 곳간을 채우면 그 돈으로 코리아써키트나 시그네틱스 등 계열사 지분만 조금씩 매입했다. 그냥 가족 단위로 투자하기 위한 회사다.
장 회장의 최종 목표는 승계였다. 장 회장은 공정위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자 최근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서면서 씨케이를 활용해 승계까지 도모했다. 장 회장은 지난해 말 씨케이 보유 지분을 무상감자 형식으로 처분해 자녀들에게 우회 승계했다. 또 자녀회사가 된 씨케이에 장 회장은 사재를 털어 200억 원 대 대출을 해줬다. 이후 씨케이는 영풍그룹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라서게 됐다.
일감몰아주기는 없었기에 편법승계로 볼 여지가 적다. 무상감자로 인한 우회승계에 대해서도 영풍그룹측은 증여세를 모두 납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자녀들은 거의 부친 자금만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보기는 했다. 씨케이가 비상장사라 승계 과정 노출도 최소화 시킬 수 있었다.
장 회장은 은둔 경영인답게 승계에 있어서도 단지 외부 이목을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편법도, 노출도 꺼렸다. 소리 소문 없이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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