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13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제휴(Alliance)의 시대다.삼성SDI는 칠레의 리튬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철강회사 포스코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Grab)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일본의 토요타는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자율주행차용 5G 기술을 공동개발키로 했다. 독일의 다임러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와 자율주행차 공동개발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모두 이종업종 간의 제휴다.
그간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수직 계열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제철을 통해 철판을 생산하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장을 짓는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등으로부터 철판과 부품을 공급받은 현대·기아차는 완성차를 생산한다. 생산된 완성차는 현대글로비스가 실어 나른다. 또 자동차 할부나 중고차 판매는 현대캐피탈과 현대글로비스가 맡는다.
수직 계열화는 안정적인 원가구조와 함께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2013년까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은 편의성과 친환경이라는 트렌드로 재편되고 있다. 편의성과 친환경의 완결판이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전장부품이다. 전장부품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고, 이종산업 간의 융합이 필수다. 과거처럼 '하면 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휴와 동맹을 통한 연합전선 구축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차도 지난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제휴를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본원적인 경쟁력 부족을 절감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부족한 강점을 지닌 파트너를 구하려면 거래를 터야 하는데, 제휴 파트너에게 제공할 것이 마땅치 않았다.
사실 현대차그룹에게는 오래된 제휴 파트너가 있다. 바로 LG그룹이다. 십여년 전 정몽구 회장의 제안에 구본무 회장이 맞장구를 치면서 HL그린파워라는 합작회사가 만들어졌다.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회사다. 정몽구-구본무 두 회장이 남긴 유산은 오늘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본격적인 제휴관계를 맺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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