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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기업 김치본드? 국내 IB "못 믿겠다" 정부 지원 근거 미약, 상환 불확실성↑…중국계 은행 투자 가능성

민경문 기자공개 2018-03-15 14:24:28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3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국유기업의 김치본드 발행 계획이 화제다. 공모는 아니지만 신용등급(A급)을 최초 공시했다는 점, 위안화가 아닌 달러채권이라는 점 등이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 IB들의 불신감은 상당하다. 낮은 신용등급과 외국 기업으로서의 상환 불확실성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투자자 확보 측면에서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린시철로투자개발공사는 이달 말까지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국내에서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는 1년으로 사모 조달이다. 회사는 2006년 말 중국 지린시 국자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길림시의 철도 건설 및 수도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섬유·펄프, 인프라건설 사업도 영위중이다.

해외 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원화 이외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라는 점에서 김치본드로 분류된다. 그 동안 다수의 김치본드가 있었지만 중국 국유기업의 달러화 채권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9일 지린시철로투자개발 신용등급을 'A'로 신규 평가했다.

사업의 독점적 지위와 지린시의 재무적 지원 가능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NICE신용평가는 "2016년 흑자 시현이 비경상적 이익 발생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중단기적 흑자 지속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2016년말 공사의 부채비율은 127.2%, 총차입금/EBITDA는 64.3배로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공시가 이뤄진 건 그 동안 발행된 외국 기업의 김치본드 가운데 처음이다. 그만큼 공신력을 높이고 향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도모하기 위한 속내로 보여진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원/달러 환율이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점 등도 발행에 유리한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IB들은 이번 중국기업의 김치본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단순 실사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과거 중국기업들이 한국에서 보여준 행보를 감안할 때 크레딧물로서는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기업이 사드(THAAD) 이슈 등을 내세워 채무 상환을 미룬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이는 마치 국내 지방 도시철도공사가 홍콩에 가서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형국"이라며 "만에 하나 디폴트가 났을 때 중국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지린시철로투자개발의 경우 중국 내 회사법에 따라 설립됐지만 관련법상 정부의 지원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단순 크레딧물로는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전에 투자자와 조율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과거 한중 정부 정책에 따라 위안화채권을 기획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지린시철로투자개발공사의 주관사와 투자자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관투자가보다 중국계 은행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기관 입장에서는 기존 유니버스에 담기지 않은 채권일 뿐만 아니라 단순 A급 채권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점 등이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며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중국계 은행에서 매입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지린시철로투자개발의 이번 채권이 크레딧물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금융기관 한 곳이 나서 지급보증에 나서야만 할 것"이라며 "최근 중국 정부의 레버리지 비율 강화 움직임을 피해 국내에서 자금 조달을 하려는 움직임 정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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