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템플턴, 합작 운용사 실패사례 극복할까...노림수는 해외펀드 라인업 확충, 타 외국계 운용사와 반대 행보
이충희 기자/ 김슬기 기자공개 2018-03-16 11:57:40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5일 0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이 합작사 설립을 결정한 것은 양측의 경영 니즈(needs)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액티브운용 입장에서 합작은 선진운용사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또 프랭클린템플턴은 몇몇 외국계 운용사들이 최근 한국에서 철수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영 환경을 반전시킬 좋은 해결책으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과거 국내외 운용사 합작 사례를 들어 과연 삼성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내 굴지 금융그룹이 외국 금융사와 설립한 합작 자산운용사 중 지금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곳을 꼽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합작 운용사 성공사례 전무
운용사 합작의 대표적인 사례로 하나금융그룹이 스위스계 UBS와 지난 2007년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하나UBS자산운용이 거론된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10년 간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양측 그룹은 지난해 결별 수순을 밟았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NH-Amundi자산운용 역시 출범 당시의 기대만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외국계 합작 운용사 직원들 중 일부는 회사가 국내 운용사 대비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배경으로 여러 경로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꼽는다. 해외 금융회사들의 깐깐한 리스크 관리, 이해상충 관련 문제 제기가 많아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한국 투자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합작 운용사 관계자는 "중요한 투자를 집행하거나 의사 결정을 할 때 외국인 임원이 까다로운 규정을 들어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면서 "선진화된 문화일 수도 있겠지만 국내 운용사와 비교해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점은 분명히 단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라인업 다양화 장점…"뱅크론 펀드 등 삼성운용에 이관 가능성"
삼성운용 측이 이처럼 과거 타사 사례에 얽매이지 않고 조인트벤처(JV) 설립에 적극 나선 것은 그만큼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액티브운용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형 펀드 라인업을 늘릴 수 있는 것은 가장 큰 메리트로 꼽힌다.
현재까지 삼성액티브운용이 강점을 가져왔던 성장 대형·중소형주 펀드 라인업에 프랭클린템플턴운용 가치 대형주 펀드 라인업을 추가할 수 있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치주에 투자하는 '프랭클린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대표펀드 기준 최근 1년 수익률 28.3%를 기록, 동일유형 내 상위 6.97%에 해당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향후에는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이 가진 우수한 펀드를 재간접 펀드 형태로 국내에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현재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해외 주식형 펀드 및 재간접 펀드는 각각 9개와 21개지만 앞으로 더 많은 상품을 들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JV 설립 이후 운용규모는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삼성액티브운용의 운용규모(AUM, 펀드 설정액+일임계약액 기준)는 5조 5955억원이며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은 4조 9087억원이다. 이를 합하면 AUM은 10조 5042억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액티브 운용에 특화된 운용사 특성상 주식형이 아닌 다른 유형 펀드는 향후 모회사 삼성자산운용에 이관할 수도 있다. 특히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대표상품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증권자투자신탁(대출채권)' 등은 삼성액티브운용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은 각 기능별로 회사를 분사했기 때문에 액티브운용에서 주식형 외 유형 상품을 운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뱅크론 펀드 등 상품들은 삼성자산운용으로 이관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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