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02일 13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하나금융그룹 채용비리 의혹을 대거 적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인위적인 삭제가 불가능한 클라우드 서버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인사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감원이 폐기되지 않은 과거 컴퓨터(PC)에서 봉인된 데이터를 확보한 것도 채용비리 정황을 대거 확보하는데 주효했다.

금융감독원은 2일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 전형 과정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시 최종합격자 229명 중 특혜 합격자는 32명에 이른다. 역대 채용비리 의혹 검사 중 가장 많은 정황들이 포착됐다.

금감원이 하나지주 채용비리 정황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하나지주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과거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었기기 때문이다. PC 데이터는 자기장을 통해 손상시킬 수 있는 반면 클라우드 서버는 인위적으로 데이터를 삭제할 수 없어 과거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채용비리 특별검사단장을 맡은 최성일 부원장은 "하나금융지주는 과거 인사 관련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지만, 클라우드 서버에 관련 흔적이 남아 있어 이를 복구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하나지주 인사 담당자들이 클라우드 서버 내에 알 수 없는 디렉터리를 만들어 파일을 숨겼는데 이번에 이것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특별검사반은 채용비리 조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인사 관련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하나지주와 은행의 인사 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버에 접근할 수 있는 IT 전문가를 대거 투입했다. 금감원 전략감독부문에 소속된 고참급 IT 인력이 대거 특별검사반에 합류한 배경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클라우드 방식을 사용중인 하나지주는 한달에 한번씩 자료를 백업하고 있다"며 "하나지주는 이번에 금감원이 검사를 들어가기 전에 백업한 자료를 모두 삭제했지만 이를 다시 복구해서 과거 인사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클라우드 서버뿐만 아니라 PC에서도 과거 인사 데이터를 확보했다. 하나지주가 폐기하지 못한 PC를 확보해 데이터를 복원한 뒤 채용 관련 자료를 찾았다. 클라우드 서버에서 확보한 인사 자료와 PC 데이터를 비교해 보다 정확한 채용비리 정황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나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영향으로 타 사에 비해 과거 테이터를 잘 보관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전산 통합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실될 경우를 대비해 인위적인 삭제가 불가능한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과거 주요 자료를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견된 PC도 이전 자료를 봉인한채 별도로 보관하기 위해 폐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지주는 개인정보보호에 따라 과거 인사 및 채용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며 "하지만 클라우드 서버에는 누가 접속을 했는지, 언제 백업 자료를 삭제하려 했는지 등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에 검사 과정에서 상당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