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3세, 부친에 빌린 돈으로 그룹 지배력 강화 [지배구조 분석]장형진 회장, 아들회사 씨케이에 425억 대출…계열사 지분 매입 시기와 일치
이경주 기자공개 2018-04-17 07:10: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이 최근 단행한 지배구조 재편의 골자는 순환출자고리를 끊으면서 가업승계를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오너 장형진 회장의 장차남이 대주주로 있는 '씨케이'를 활용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씨케이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라섰다.씨케이가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들인 자금 500억 원은 장 회장이 대출해준 자금이다. 대출의 형식을 띠었지만 씨케이가 단순 투자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세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출 형식으로 장 회장이 자금을 대고 이를 활용해 자녀들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 증여세 부담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씨케이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537억 원 규모의 영풍 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씨케이는 지난해 12월 7일 테라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영풍지분 1.36%를 256억 원에 매입했고, 올 2월 6일엔 영풍이 보유하던 영풍문고 지분 14.5%를 129억 원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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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래로 영풍그룹은 순환출자고리가 종전 7개에서 1개로 줄었고, 씨케이는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으로 올라섰다.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 고리가 '씨케이→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 구조로 바뀌었다.(관련기사)
씨케이는 최근 영풍문고 지배력을 다시 보강했다. 올 3월 27일 장형진 회장이 보유하던 영풍문고 지분 18.5%를 151억 원에 매입했다. 씨케이의 영풍문고 지분율은 거래 전 14.5%에서 33%로 늘어나 최대주주가 됐다.
씨케이가 지분 매입에 쓴 자금은 장 회장이 댔다. 장 회장은 씨케이에 총 세 차례에 걸쳐 425억 원을 대출해줬다. 장 회장이 대출해 준 날짜는 씨케이가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날과 정확히 일치한다. 씨케이는 지난해 12월 7일 장 회장으로부터 105억 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자율은 3.2%이며 상환일은 올 6월까지다. 이어 올 2월 6일엔 200억 원(이자율 3.2%, 만기 1년), 3월 27일엔 120억 원(이자율 3.2%, 만기 1년)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씨케이는 장 회장이 가족단위 계열사 지분 투자를 위해 2012년 만들었다. 씨케이는 시그네틱스와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등의 영풍계열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으며 기타 투자 활동은 거의 없다. 초기엔 장 회장도 지분이 있었지만 지난해 말 무상감자로 지분을 모두 털었다. 현재 장 회장의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사장과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가 각각 지분 32.8%를 보유해 공동 최대주주로 있다. 이어 장 회장의 장녀 혜선씨(22.9%)와 부인 김혜경씨(11.5%)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씨케이는 단순투자 활동만 하기 때문에 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매년 적자를 낸다. 씨케이 신용으론 금융권에선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 보유 현금도 2016년 말 기준 53억 원으로 넉넉지 않다. 씨케이는 장 회장 대출금에 의존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했다.
장 회장은 자녀들이 당장 증여세 부담을 피하고 최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이 4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씨케이나 아들들에게 증여했다면 세금으로 200억 원(최고 세율 50%)이 지출되고 그 만큼 씨케이의 지분매입 규모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대출이란 형식을 취하면서 이같은 부담을 줄였다.
이같은 과정은 편법 승계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씨케이가 장 회장에게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않거나, 향후 계열사로부터 일감지원을 받아 현금을 마련해 갚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녀들이 무상으로 지배력 강화 효과를 본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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