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이용·시세조종'에 해당될까 '배당착오'에 의미 부여...법조계 "사익추구 외 다른 의도 없어 보여"
한형주 기자공개 2018-04-17 09:36:43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내다 판 직원 16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증권 특별점검 및 현장검사에 돌입한 금융감독원은 직원문책 과정에서 배당금 지급 실수를 발견한 사측이 사내방송(매매금지)을 5번이나 전달했음에도 주식을 매도한 사유를 집중 추궁했다. 해당 직원들이 대량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미공개정보를 외부 세력에 알려 시세차익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따라서 직원들이 실제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벌였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다.
◇직원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했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자본시장법 제174조 제1항)'는 상장법인의 임직원 및 주요주주 등 법인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자가 직무 또는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업무와 관련된 각종 미공개정보를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개하기 전에 특정증권 매매 등에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미공개중요정보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정보여야 한다.
미공개중요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는 '중요성'과 '미공개성' 두 가지다. 흔히 중요한 정보란 합리적인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의 중요성과 사실 발생의 개연성을 비교 평가할 때 증권 거래에 관한 합리적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뜻한다. 그리고 미공개 정보는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기 전의 것을 의미한다.
법조계는 최근 삼성증권 우리사주조합에 입고된 신규주식이 '착오'로 배당된 것이란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규주식의 배당 여부가 투자자에게 공개될 성질의 정보에 해당하지 않아 미공개중요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자는 특정증권 매매 등 거래를 한 자가 그와 관련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삼성증권 직원들이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힘든 만큼 배상책임을 지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식매도, '시세조종행위' 해석 가능?
다음으로 따져볼 것은 삼성증권 직원들의 주식 매도가 '시세조종행위(자본시장법 제176조)'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자본시장법이 예정하는 시세조종행위는 △위장거래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표시 등에 의한 시세조종 △시세의 안정 또는 고정행위 △연계 등에 의한 시세조종을 포함한다.
이 중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고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자본시장법 제176조 제2항 1호)'. 이는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하는 거래로서 정상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자유경쟁시장에서 형성될 시세를 시장 요인에 의하지 않은 다른 인위적인 방법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말한다.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이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인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 인정돼야 한다. 객관적 요건으로는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잘못 알게 하는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은 매매를 유인할 목적에 대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시세를 변동시킴에도 불구, 투자자에겐 그 시세가 증권·장내파생상품 시장에서 자연적인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오인시켜 증권·장내파생상품의 매매에 끌어들이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1년 6월26일, 2013년 7월11일 선고). 대법원은 목적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미필적 인식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는 매매행위의 예로는 허수주문 등을 들 수 있다. 허수주문은 매수의사 없이 직전가 혹은 상대호가와 대비해 체결 가능성이 없는 저가의 주문을 반복적으로 내 매수잔량이 많이 쌓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삼성증권 직원들이 배당 착오로 입고된 신규 주식을 처분한 것은 사익 추구를 위해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무법인 리우는 "삼성증권 직원에게 거래주식 매도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증권 매수를 하도록 오인시킨 매매 유인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거래주식의 매도행위가 매수의사 없이 주가를 상승 또는 하락시키려고 한 행위라고 보기도 애매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례가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의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리우는 "설사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같은 행위와 손해 간의 인과관계 증명이 관건"이라 덧붙였다. 판례는 "시세조종행위가 발생한 기간(사건기간) 이전의 일정 기간(추정기간)의 종합주가지수, 업종지수, 동종업체의 주가 등 공개된 지표 중 가장 적절한 것을 바탕으로 도출한 회귀방정식을 이용해 사건기간 동안의 정상수익률을 산출한 다음 이를 기초로 추정한 '사건기간 중의 일자별 정상주가'와 '사건기간 중의 일자별 실제주가'를 비교해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경우에 한해 시세조종행위의 영향으로 인해 주가가 변동됐다"고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대법원 2007년 11월30일 선고).
이에 따라 실무상으로는 사법부나 금융감독당국이 시세조종으로 판단한 사안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삼성증권 배당 실수 사태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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