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본식, 사재 투입 '0원'…비결은 '주식 스왑' [희성그룹 계열분리 공식]①4816억 가치 '희성전자·삼보이엔씨 교환', 독립경영·지배강화 '윈윈'
박창현 기자공개 2018-05-18 09:23:00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6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희성그룹은 LG그룹 방계기업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형제지간이다. 가족 집단 경영이 대세인 여타 범LG그룹들과 달리 희성그룹은 계열분리를 단행했다.주요 계열사들이 비상장사인데다 사실상 오너일가 가족회사들이어서 신속·명확하게 분리절차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너 일가들이 계열사 지분을 지배구조 재편 재원으로 활용하면서 사재 한 푼 투입하지 않고 '계열분리'와 '후계 승계'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은 지난해 희성그룹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희성그룹은 원래 '오너 일가→희성전자→삼보이엔씨·희성폴리머·희성화학'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계열분리 절차를 진행하면서 두 오너십을 중심으로 지배체제가 완전히 갈라졌다.
먼저 구 회장은 희성전자를 중심으로 희성폴리머와 희성촉매, 희성화학 지배력을 가져갔다. 이에 반해 구 부회장은 삼보이엔씨를 주축으로 희성금속, 희성정밀 경영권을 확보했다.
계열분리의 시발점은 '삼보이엔씨'였다. 작년 초까지 삼보이엔씨의 최대주주는 희성전자로, 지분율이 94%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구 부회장과 장남 구웅모 씨가 각각 45.27%, 48.28%씩 지분을 확보하면서 구 부회장 가족회사가 된다. 이후 삼보이엔씨가 희성금속과 희성정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구 부회장 부자→삼보이엔씨→희성금속·희성정밀'로 이어지는 지배체제를 갖췄다. 희성그룹에서 삼보이엔씨 소그룹이 분리돼 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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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회장 부자가 삼보이엔씨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은 희성그룹 계열분리의 백미다. 오너 일가는 개인 자금을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자산 8000억원 규모의 알짜 기업을 손에 넣었다. 오너 일가가 꺼내든 카드는 '주식 맞교환'이었다.
구 부회장 부자는 삼보이엔씨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희성전자 지분을 반대급부로 내놨다. 2016년 말 기준으로 희성전자 최대주주는 구 회장이었다. 지분율은 42.1%였다. 뒤를 이어 구 부회장과 웅모 씨가 각각 29.4%, 13.5%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외견상 구 회장-구 부회장 양대 지배 체제였다.
하지만 '구 회장=희성전자·구 부회장=삼보이엔씨' 계열분리 공식이 확정되자 후속 거래가 줄을 이었다. 계열분리의 서막을 연 거래가 바로 희성전자-삼보이엔씨 지분 교환이었다.
먼저 희성전자가 구 부회장과 웅모 씨 지분을 자기주식으로 사들였다. 구 부회장 보유분 12.7%와 웅모 씨 보유분 13.5%가 매입 대상이었다. 매입 지분 가치는 4816억원에 달했다. 다만 희성전자는 실제 이 자금을 오너 일가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 대가로 삼보이엔씨 지분 93.47%를 줬다. 당시 희성전자는 삼보이엔씨 지분 장부가치를 759억원으로 책정해두고 있었다. 이 거래로 4057억원의 처분이익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희성전자 지분과 삼보이엔씨 지분 맞교환이 이뤄지면서 '구 회장=희성전자·구 부회장=삼보이엔씨' 계열분리 공식이 완성됐다. 이 거래는 구 회장과 구 부회장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두 사람 모두 사재 투입 없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장 구 부회장은 경영권 행사가 불가능해진 비핵심 자산을 활용해 삼보이엔씨라는 알짜 계열사를 손에 넣었다. 이후 삼보이엔씨는 희성금속과 희성정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지주사 위상을 갖춘다.
구 회장 또한 희성전자 지배력 강화라는 효과를 얻었다. 희성전자가 구 부회장 일가 지분을 대거 자사주로 매입하면서 구 회장이 최대 수혜자가 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자사주가 많아질수록 지배주주의 실질 장악력이 높아진다.
실제 구 회장의 명목 지분율은 42.1%로 과거와 동일하지만 의결권 주식수 기준 실질 지배력은 57%까지 올라간다. 과반이 넘는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희성전자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희성전자가 주식 매입 주체로 나서면서 구 회장은 개인 자금을 전혀 쓰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교환 대상이 비상장사일 경우 가치 책정과 교환 비율 산정을 두고 거래 상대방간에 이견이 생길 수 밖다"며 "다만 희성그룹은 오너 일가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수월하게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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