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11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대체 뭘 믿고 투자하나"KTB전단채펀드가 중국 기업 ABCP 투자로 하루만에 4% 손실을 보게 된 것에 프라이빗뱅커(PB)들은 울분을 토했다. 예·적금 대안으로 추천한 상품인데 마이너스 성과를 냈으니, 졸지에 불완전 판매로 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게 됐다.
PB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펀드 투자설명서를 기초로 설명하고 판매했는데, 말도 안되는 손실을 보게 됐다는 주장이다. 급기야 KTB운용이 투자설명서대로 운용하지 않았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까지 등장했다.
PB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KTB전단채펀드의 투자설명서를 살펴봤다.
우선 KTB전단채펀드의 위험등급이 눈에 띈다. 이 펀드는 '낮은 위험'에 해당하는 5등급을 부여했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펀드에 붙는 등급이다. 수익구조상 '원금보존 추구형'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예·적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원하지만 위험에 의한 손실은 최소화 하길 원하는 '안정추구형' 투자자들에게 권하는 상품이다. 하루에 4%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PB들의 주장을 부정하기 어렵다.
KTB운용이 정의한 펀드 특징과 투자 전략도 주목할 부분이다. 펀드 특징에 대해서는 '전단채, CP 등 단기 신용물에 투자해 제한된 신용위험 하에 수익을 낸다'고 정의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국내채권을 60% 이상 투자하고 나머지는 어음 등에 투자한다'고 명시했다.
투자설명서 그 어디에도 '해외 기업'이 기초자산인 ABCP에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 전단채펀드에 '웬 중국 기업 ABCP가 들어갔느냐'는 PB들의 황당함도 납득이 간다.
KTB전단채펀드의 위험관리 방식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KTB운용은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부동산 PF나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전단채의 경우 우량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종목만 투자한다고 명시했다.
문제가 된 중국 기업 ABCP의 경우 신용보강이 없었다. ABCP가 전단채는 아닐지라도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위험관리' 절차에 따라 신용보강 등 안전장치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KTB운용은 중국 기업이 기초자산이더라도 국내에서 발행한 ABCP이기 때문에 '국내 자산'이라는 점, 신뢰할 만한 신용평가사가 A등급을 부여한 '우량 자산'이었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운용 상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부실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는 발행 주관사와 신용평가사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모든 책임을 주관사와 신용평가사에 돌린 셈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제 79조에 따라 운용사는 투자자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며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 또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운용사는 투자자들이 펀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침서인 투자설명서를 통해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 더욱이 수백억원의 투자를 할 때는 수익과 위험 등을 제대로 분석한 후에 집행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TB운용은 과연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 했을까. 법적 책임은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선관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과 그로 인한 신뢰도 추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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