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은행, 수급 불안 '변동금리'서 답 찾았다 [Deal Story]국내 첫 소셜본드, 희소성 부각…금리 리스크 완화, 투자자 유인
강우석 기자공개 2018-08-01 15:04:39
이 기사는 2018년 07월 30일 1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의 국내 첫 소셜본드(Social Bond)가 흥행한 비결은 무엇일까. 글로벌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변동금리로만 만기구조를 짠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IBK기업은행의 외화채권 발행빈도가 많지 않은 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 수요가 높았던 점도 인기를 끈 요인으로 꼽힌다.◇ 5월 주관사 선정 완료…6월부터 로드쇼, 발행시점 고심
IBK기업은행은 지난 상반기 소셜본드(RegS/144a) 발행 준비를 시작했다. 올 5월 초 주요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며, 17일까지 제안서를 받았다. 일련의 절차를 거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딧아그리콜(CA-CIB), HSBC, 코메르츠방크 등 네 곳이 선정됐다. 자회사인 IBK투자증권도 공동매니저(Co-Manager)로 이름을 올렸다.
ESG 채권 중 소셜본드를 택한 건 10인 이하 사업장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소셜본드(Social Bond)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등장한 채권이다. 그동안 노숙인 보호와 교육기회 확대, 깨끗한 물 공급, 범죄예방, 취약계층 아동 지원 등에 쓰였다. 중소기업 지원이란 목적 아래 설립된 발행사 입장에선 소셜본드가 최적의 선택이었다.
IBK기업은행와 주관사단은 6월부터 로드쇼를 진행했다. 지난달 18일 개최한 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투자자들을 연이어 만났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로 ESG 펀드의 매니저들과 미팅을 가졌던 시간"이라며 "특히 조달자금을 어디다 쓰려는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발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건 아니었다. 당초 6월 말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위축된 시장 분위기 속에 발행시기를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이어 미-중 간 무역분쟁이란 변수까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같은 이유로 흥국화재와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교보생명 등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달을 전면 보류했다.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도 지속가능채권, 그린본드 발행 시점을 모두 미뤘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6월말에는 미-중 간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발행 자체가 드물었다"며 "발행을 포기한 기업만 10곳에 달한 상황이어서 IBK기업은행도 그에 맞춰 조달 타이밍을 다시 검토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희소성·FRN 매력, 투자자 문전성시…조달금리도 아꼈다
IBK기업은행은 고심 끝에 지난 26일 아시아 시장에서 소셜본드 발행을 선언(Announce)한 뒤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투자자에게 제시된 최초 제시금리(IPG)는 리보(Libor)에 85bp를 가산한 수준이었다. 만기는 3년, 발행규모는 최대 5억달러였다.
투자자들에게 제시된 당근책은 트랜치(Tranche)였다. 만기를 3년 변동금리로만 구성해 금리인상 리스크를 빗겨가도록 한 것이다. 통상 국내 기업은 변동금리부채권(FRN) 발행 시 고정금리부채권(FXD)과 섞어서 발행한다. 투자자들마다 선호하는 채권 유형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약 80곳의 기관투자자가 13억 달러(약 1조 4550억원) 규모의 주문을 냈다. 약 3대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아시아 (45%)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북미(28%), 유럽및중동(EMEA·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관 별로는 중앙은행, 정부·국제기구·기관(CB & Agencies)이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수요를 감안해 3년물 변동금리로 구성한 게 오버부킹을 거둔 근본적인 요인"이라며 "금리인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FRN으로만 구성해 투자자들의 주문을 극대화시켰다"고 말했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IPG 대비 25bp 낮은 60bp로 책정됐다. 현재 유통시장에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잔존만기 2.5년물 외화채는 리보(Libor)에 58~59bp 더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뉴이슈프리미엄(NIP·New-Issue Premium)이 사실상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조달금리를 낮춘 것은 ESG 펀드 덕분이었다. 관련 자금을 운용하는 우량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청약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주관사단은 프라이싱(Pricing)을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었다. 한국물 첫 소셜본드라는 점, IBK기업은행이 오랜만에 발행하는 외화채인 점도 흥행에 힘을 실어줬다.
이 관계자는 또 "IPG를 다소 공격적으로 책정한 편이었는데, ESG펀드 투자자들이 대거 청약에 참여해 프라이싱을 성사시켰다"며 "IBK기업은행이 발행한 첫 소셜본드인 점도 시장에서 희소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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