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한반도 훈풍에 뜨거워진 사무라이본드 수은·KT, 역대 최저금리 발행 성공…남북·북미관계 개선, 시장 물꼬텄다

강우석 기자공개 2018-07-27 12:52:57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5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사무라이본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남북관계와 한일관계가 모두 진전되면서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시장 특유의 보수성을 고려하면, 낮은 신용도의 국내 기업이 발행을 성사시키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 수은·KT, 사무라이본드 '오버부킹' 행진…달러채권 시장과 대비

올해 첫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한 건 수출입은행이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18일 800억엔(약 8100억원) 규모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돌입했다. 만기를 1.5년, 3년으로 나눠 400억엔씩 모집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지 투자자 외에도 아시아계 중앙은행, 국부펀드 등이 청약에 참여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총 발행규모는 당초 대비 1.5배 늘어난 1200억엔(약 1조 2000억원)이었다. 금리도 1.5년물 0.16%, 3년물 0.27%로 역대 발행된 사무라이본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거뒀다.

KT도 완판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달 29일 150억엔(약 15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450억엔(약 450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KT는 넉넉한 시장 수요를 고려해 발행금액을 200억원(약 2000억원)으로 늘렸다. 조달금리는 2년물 0.31%, 3년물 0.38%로 민간 기업의 사무라이본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기존 최저금리 기록은 2년물의 경우 2015년 현대캐피탈(0.52%), 3년물은 같은해 KT(0.48%)였다.

사무라이본드의 흥행은 고전 중인 달러채권 시장과 대비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행보는 소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신흥국 채권을 외면하고 미국 국채 등 초우량채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교보생명, 동양생명, 현대해상 등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준비하던 보험사들이 발행을 줄줄이 미룬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전력과 IBK기업은행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본드 발행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진전된 남북관계가 북미 정상회담이란 이벤트로 이어지면서, 사무라이본드 발행사 입장에선 6월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며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물을 다시 적극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남북·북미관계 개선, 투자자 '환호'…진입장벽 有, 통화다변화 차원 접근

일본 투자자들은 왜 사무라이본드에 열광할까.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든 게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관련 이슈가 발생할 경우 일본 채권시장은 마비와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북한 이슈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 이어 북미관계까지 진전을 이루면서, 일본 시장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물 편입을 꺼리는 이유의 대부분이 '지정학적 리스크'"라며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물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기업들은 이 때문에 달러채권 대신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본 시장이 보수적이어서 우량 등급없인 시장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 대기업 계열사는 지난 상반기부터 일본 투자자를 만나며 발행을 타진한 바 있으나 실패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애매한 신용등급을 지닌 민간기업은 사무라이본드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무리 낮아도 BBB+ 정도는 돼야 IB 입장에서 세일즈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발행사들은 통화 다변화 차원에서 일본 시장에 노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KT 뿐 아니라 부산은행, 신한은행, 롯데그룹, 현대캐피탈 등이 사무라이본드로 자금을 확보해왔다.

한 대기업 재무담당자는 "일본 시장은 진입 초기에 투자자들과 신뢰를 다지기 어려운 편이지만, 통화다변화 차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는 곳"이며 "투자자들이 인수한 채권을 유통시장에 되팔기보다는 대부분 만기 때까지 보유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