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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중국 철수 감추기

박시은 기자공개 2018-09-03 09:23:24

이 기사는 2018년 08월 28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개발사업에는 우리의 꿈이 들어있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의 '청두 프로젝트 포기' 사실을 전한 언론보도를 반박하며 기자들에게 공언한 말이다. 황 부회장 말대로, 그룹의 꿈을 담아 추진했던 대규모 사업을 정리해야 했던 것은 롯데로선 뼈아픈 결정이었을 것이다.

롯데그룹이 수 년간 공들였던 중국 시장에서 처음 철수를 결정한 건 지난 2016년이다. 한·미 사드 배치 결정으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영업정지 조치로 롯데마트가 분루를 삼키며 점포 매각을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현지 백화점 사업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진출 10년 만이다.

이번 백화점 사업 철수 결정을 발표하기 전부터 추진했던 게 청두프로젝트 매각이다. 청두프로젝트는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와 함께 그룹이 중국에서 야심차게 계획한 조단위 개발사업이다. 지난해까지 1단계 아파트단지 공사와 입주를 마무리하고 2단계 상업시설 건설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사드사태 발발 후 현지 당국의 허가 지연으로 장기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내렸던 결정이다.

실제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매각자문사까지 두고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관련 업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이야기다. 조용하게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언론에 공개가 되자 일단 부인하고 본 것이다.

롯데그룹의 난처함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중국 정부 압박에 못견뎌 울며겨자먹기로 결정한 조치임에도, 현지 투자 철회 사실이 알려질까 눈치를 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롯데마트 매각에 관심을 보이던 현지 기업들조차 한때는 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매수의사를 접었을 정도다.

청두프로젝트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롯데그룹은 기존 JLL에 부여했던 매각주관사 지위를 박탈, 또다른 부동산자문사인 CBRE를 새 자문사로 선정했다. 유효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책임을 물은 문책성 교체였다. 그만큼 현지에서도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잘 팔리지도 않는데, 안그래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매각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당장의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진실을 가리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매각 재수에 성공해 청두프로젝트를 정리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간 모르쇠로 일관해온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가서 롯데그룹이 내놓을 입장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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