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순환출자고리 해소 '딜레마' [新공정법 후폭풍]공정위 해소 요구 불구 공식 논의 無…비용부담·공동경영 탓 관측
이경주 기자공개 2018-08-31 08:06:20
이 기사는 2018년 08월 30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이 공정위 요구에도 순환출자고리 해소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순환출자를 보유하고 있는 신규 대기업집단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기존 대기업집단은 자발적 해소를 권유한 상태다. 영풍그룹은 지난해 7개 순환출자고리 중 6개를 해소했지만, 고려아연이 주축인 고리 하나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선 막대한 비용부담 탓으로 보고 있다.30일 고려아연 관계자는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 현재 공식적으로 논의 중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영풍그룹으로부터 해소방안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다.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 관계자는 "해소방침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삼성과 현대차그룹과 달리 영풍그룹으로부턴 현재까지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영풍그룹은 현재 '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이하 고려아연 고리)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 한 개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7개 고리 중 6개를 끊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고려아연 고리는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도록 해소 계획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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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공정위가 순환출자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24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신규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이 순환출자고리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관련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더불어 기존 기업집단이 순환출자가 있을 경우엔 자발적 해소를 권유했다.
앞선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기업집단에 대해 법적 강제가 없다고 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대부분 자발적으로 해소를 하고 있어 규제대상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풍도 자발적 해소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비용부담 때문에 영풍그룹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그룹은 앞서 6개고리를 끊는데 약 400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반면 고려아연 고리를 끊기 위해선 1300억~1700억원이 소요된다.
고려아연 고리를 끊으려면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서린상사 지분 49.97%(15만5001주)를 매각하거나, 서린상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0.36%(19만820주)를 매각해야 한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서린상사 지분(49.97%) 가치는 최근 매매가(올 6월 14일 주당 114만98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1768억원이 된다.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10.36%) 가치는 이날 종가(72만원) 기준 1373억원이다.
두 가문이 공동 경영하는 구조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 회장과 최기호 회장이 1947년 설립한 기업으로 현재까지 두 가문이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장씨 가문은 지주사격 회사인 영풍과 코리아써키트 등 전자계열사를,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과 산하 비철금속 계열사들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두 가문의 대표는 창업 2세들인 장형진 영풍 회장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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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리된 6개 고리는 장 회장이 관리하는 계열사들과 관련돼 있었다. 반면 고려아연 고리 문제는 최 회장에게 결정권이 있다. 영풍그룹은 지분구조로는 장씨 가문 지배력이 월등하다. 지주사 격 회사인 영풍에 대한 지배력 비중을 계산하면 장씨 가문이 70%, 최씨 가문이 30%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경영하고 있지만 영풍이 최대주주다. 모든 계열사가 장씨 가문 영향력하에 있다. 다만 장씨 가문은 최씨 가문의 고려아연 경영권을 반세기가 넘도록 존중해온 전통이 있다.
결과적으로 최씨 가문이 아직 고리해소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은 6개 고리 해소에서 보여지듯 자신 영향력하에 있는 계열사들에 대한 조치는 모두 해놓았다"며 "고리아연 고리만 남은 것은 최씨 가문이 이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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