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투입' 삼양그룹, 혁신계획 어디까지 왔나 [식음료 명가 재발견]⑤투자 경과·계획 '비공개'…"단기실적 아닌 중장기 체질개선용"
전효점 기자공개 2018-10-17 08:24:46
[편집자주]
국내 식음료업계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계간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창립 이후 반세기 넘게 크고 작은 난국을 수없이 헤치며 살아남은 식음료 명가들조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더벨은 식음료 명가들의 성장과 현 주소, 100년 명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1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WIN2020 프로젝트에 따라 2020년까지 2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식품·화학·의약·패키징 사업 부문에 걸쳐 실행하게 된다. 투자 금액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걸쳐 일부 집행됐다. 하지만 그룹은 투자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향후 계획,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이 때문에 시장에선 삼양그룹의 투자가 조 단위에 이르는 규모만큼 여파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은 삼양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이 시장에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어느 계열사에 얼마가 투자됐는지 세세한 투자사항을 알 수가 없다"며 "이런 부분들 때문에 투자가 계열사들의 실적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의 큰 그림은 올해 초 김윤 회장이 밝힌 사업 방향을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김 회장은 4대 사업분야에서 골고루 부가가치가 높은 스페셜티(고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을 늘려가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신규 투자는 해외 판로 개척이나 연구개발, 유관 기업과의 협업과 인수합병 과정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난 한해 동안 그룹은 720억원을 투입해 두 건의 화학·의료바이오 기업 인수합병을 마쳤다. 화학과 식품,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다수의 국내외 연구기관 및 기업과의 협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화학·식품 사업의 근간이 되는 설비 투자에 투입된 금액도 점점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삼양사와 삼양패키징 등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운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사업부문별 연구개발 실적도 최근 3년간 고기능성 소재를 중심으로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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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그룹의 투자가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실을 기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중장기적 기반 닦기를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삼양사에서 식품 스페셜티 매출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수출도 전체 매출을 유의미하게 견인하진 못했다. 정시훈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스페셜티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고 해왔지만, 아직 매출 비중은 낮은 편"이라며 "당분간 식품은 기존의 주력 품목인 원당, 화학은 EP(엔지니어링플라스틱)와 EP의 원재료인 PC(폴리카보네이트) 중심 매출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양사는 기업 성격상 신사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기 전에는 영업이익이나 투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며 "당장의 수익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체질 개선과 혁신에 투자한다는 것이 요지"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중장기 혁신과 신사업 수익화 시점까지 그룹을 지탱해줄 기존 사업들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 특히 삼양사는 올해 식품과 화학 원가 하락으로 단기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식품 사업은 원가 부담 완화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하고, 화학쪽에서도 적자폭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회사 삼양패키징도 상장 이후 사업 이익이 개선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한국 증시상황이 좋지 않아 회사의 실적과 주가 반등 사이에는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올해 삼양사 식품 사업은 환율 때문에 약간의 상쇄는 있겠지만 원당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화학 사업에서도 EP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자회사인 삼양패키징과 KCI 실적 개선세도 뚜렷해 그룹의 삼양사의 올해 실적 개선세는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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