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회계논란 리뷰]콜옵션 '내가격' 공방, 뭐길래②임상성공 특별사유 아냐 vs '잠재적의결권→실질권리' 변동요인
원충희 기자공개 2018-10-19 08:20:52
[편집자주]
삼성바이오 회계논란 여파는 개별기업 이슈로 그치지 않았다. 바이오업계를 넘어 기업공개(IPO) 시장, 삼성그룹 지배구조, 금융당국 간 알력, 회계제도의 신뢰성 문제로 번졌다. 지난 7월 제재가 결정되면서 사태는 다소 진정된 듯 하지만 이제 1라운드를 마쳤을 뿐이다. 최근 공개된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을 통해 숨 가빴던 당시의 상황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슈들을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8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 간 회계감리 공방의 최대 쟁점은 콜옵션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는 외가격인 콜옵션이 내가격으로 급변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한 기록이 남아있다. 2015년 이후 내가격이 됐다면 콜옵션은 '잠재적 의결권'에서 '실질적 권리'로 바뀌어 지배력 변동에 따른 회계처리 변경(연결→지분법)의 논리가 성립하기 때문이다.금감원은 임상 1~2개 성공한 것으로 외가격인 콜옵션이 1년여 만에 내가격으로 급변할 수 없다며 삼성바이오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근 마무리한 재감리 결과도 원안을 거의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중 증선위에 안건이 상정되면 콜옵션 내가격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지난 6월 7일자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 관계자는 "2014년에 외가격이었던 콜옵션이 2015년에 깊은 내가격으로 변화해 지배력이 변경됐다는 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은 회계기준상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식회계 근거로 내세웠다.
여기서 콜옵션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당시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파트너 미국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청구권을 뜻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15%인 지분을 49%까지 확대할 수 있으며 이사회 역시 양사 동수로 구성된다. 콜옵션은 지난 7월에 행사됐다.
내가격(In the money)은 콜옵션의 행사가격이 기초자산의 시장가격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가령 주당 1만원 짜리 주식의 콜옵션 행사가격이 8000원이라면 1만원 주식을 8000원에 살 수 있으니 2000원의 차익이 기대된다. 이럴 때 옵션보유자는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외가격(Out of the money)은 이와 반대로 콜옵션 행사가격이 1만원인데 주식가치가 8000원일 경우 2000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당연히 옵션보유자의 행사 가능성이 낮고 옵션가치도 그만큼 저하된다.
2015년도에 콜옵션이 내가격으로 진입하면서 행사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배력 변동요인으로 판단돼 회계처리를 바꿨다는 게 삼성바이오 측의 항변이다. 한국형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콜옵션 같은 권리는 실질적 권리에 해당할 경우 지배력 판단에 주요 고려요소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15년 콜옵션 가치가 깊은 내가격 상태라고 회계법인 평가보고서에서 확인된 데다 주요제품들의 임상시험이 모두 성공적으로 완료된 시점"이라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한국은 물론 EU(유럽연합)에서도 예비승인을 받았고 2016년 1월에 최종승인을 받은 점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2015년 이후 콜옵션이라는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 권리로 변경됐다고 볼만한 충분한 상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10월 바이오시밀러 제품 '베네팔리'의 임상 3상을, 앞서 9월에 '플릭사비'의 임상 3상을 종료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 3상 완료는 상업화 임박으로 해석된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통상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두 제품은 각각 2016년 1월과 5월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았다.
증선위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회계법인 관계자 또한 "2012~2013년은 사업초기 단계로 개발사업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라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못했던 것"이라며 "2014년에 와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임상단계가 종료되는 등 진행경과를 고려할 때 콜옵션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인식이 조금 생겼고 당해 감사보고서에 주석기재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외가격인 콜옵션이 내가격으로 급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반박했다. 6월 7일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력 변경을 위해선 그 원인사건이 제일 처음에 지배력을 평가할 때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어야 하고 예상 불가능했던 사건으로 인해 콜옵션이 깊은 외가격에서 내가격으로 변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9.11 테러, 지진, 화재 등 특이요소로 인해 내가격 상태에서 깊은 외가격으로 빠질 순 있어도 깊은 외가격 상태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 갑자기 올라갈 가능성 자체는 굉장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6월 20일 세 번째 증선위 의사록에서도 금감원 측은 "회사는 2014년까지 옵션 가치가 비실질적이었다가 2015년에 와서 실질적이 됐다고 주장하는데 2015년 국내 판매승인과 임상 1~2개가 성공한 것이 특별한 사항은 아니다"며 "당초 회사의 사업계획에 의해 계속 실현된 것으로 2015년에만 특별히 변동사유가 있었던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당시 개발했던 바이오시밀러 2종의 가치가 콜옵션을 내가격으로 변화시킬 요인이 될 수 있느냐가 쟁점의 핵심으로 보인다. 베네팔리의 경우 출시 첫 해인 2016년 유럽에서 1억60만달러(약 1100억원), 2017년엔 3억7080만달러(약 40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억1560만달러(약 1200억원)에 이른다. 2016년 8월 유럽에 판매 시작한 플릭사비의 매출은 지난해 900만달러(약 99억원), 올 2분기는 1120만달러(약 120억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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