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산업 구조조정에 영향줄 일대 사건" [베네치아CC 판결 후폭풍]①회원 권익 보호 ‘방점’, 신탁채권자 지위 ‘흔들’… 신탁공매↓·법정관리↑
진현우 기자공개 2018-10-25 09:42:09
[편집자주]
골프장 신탁공매시 회원권 승계 문제는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체육시설법에는 신탁공매로 골프장 소유권을 취득한 낙찰자가 회원권자의 권리를 승계해야 한다는 조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 않아 이를 두고 그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최근 베네치아CC 판결을 시작으로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대법원이 회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게 발단이다. 골프장 업계는 대법원 판결이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을 한껏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3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월 18일. 국내 골프장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만 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문은 신탁공매로 골프장 소유권을 취득한 인수자도 회원들의 권리·의무를 승계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 회원들과 신탁채권자 간에 희비가 엇갈린 순간으로, 향후 국내 골프장 산업 구조 조정에 큰 영향을 줄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법원은 그동안 신탁공매가 체시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회원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더불어 체육시설의 실소유자가 바뀌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권리·의무까지 부담시키면, 담보로 잡고 있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신탁채권자들의 채권 권리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베네치아CC 회원들이 1심과 2심 소송에서 연달아 패배한 이유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존의 판례를 깨트리고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처음으로 골프장 신탁공매도 체시법 27조 '회원권 승계조항'에 포함된다고 의견일치를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쉽게 말해, 앞으론 신탁채권자로부터 골프장을 취득한 인수자도 입회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해야 한다.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최근 기조를 반영한 새로운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8명의 대법관이 낸 다수의견이라 뒤집어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들은 회원들의 권리·의무를 승계해야 하는 것이 법률의 목적, 문언해석, 입법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는 추가 의견을 덧붙였다. 5명의 반대의견도 존재했다. 신탁재산과 관계없는 회원들의 권리·의무까지 인수자가 승계해야 함은 위탁자(골프장 사업자)의 부담을 인수자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골프장 업계에 최대 논란거리를 잠재울 새로운 판례로 평가된다. 다만 논란은 해소됐지만, 업계가 체감할 파장은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체는 단연 신탁채권자들이다. 대부분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신탁채권자들은 골프장 사업자에 자금을 빌려주고 담보로 자산을 잡았지만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신탁공매를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자로서의 지위도 불안정해졌다.
결국 신탁채권자들은 골프장 사업자가 빌린 차입금 만기가 도래할 시 별도의 연장 없이 상환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혹은 리파이낸싱 조건을 까다롭게 재설정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담보 차입금이 대법원 판결로 한순간에 회수가 불확실한 자산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당장 차입금 상환에 여력이 없는 골프장들은 부도 위기와 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회원들의 입김이 강해져 회생절차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회원들은 그동안 신탁채권자들이 신탁공매를 진행할 경우 한푼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에 권리 일부라도 포기하는 것을 감수했다. 다만 이제 회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100% 지켜주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골프장 입장에선 회생절차를 통한 대중제 전환을 꾀하기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결이 신탁채권자와 회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베네치아CC 판결이 불러올 파장에 골프장 업계는 잔뜩 긴장한 상태다. 이번 판결로 신탁법 법리 자체가 흔들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골프장) 소유권을 취득한 인수자가 기존 골프장 사업자의 책임(회원들의 입회보증금)까지 떠안는 게 맞냐는 지적이다. 다만 신탁공매는 줄어들고, 회생신청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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