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14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 신용도 위기는 한국물 시장 대표 발행사 중 하나인 현대캐피탈의 외화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제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한국물 발행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년동안 민간 기업 중 최대 규모의 코리안 페이퍼(KP)를 발행해왔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31일 현대캐피탈과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Notch) 낮췄다. 다만 'A-2'인 단기 신용등급을 낮추진 않았다.

모회사인 현대차 신용등급이 하락한 게 원인이었다. S&P는 현대차의 실적발표 직후 회사 신용도를 'A-'에서 'BBB+'로 낯췄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나 줄며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현대캐피탈 지분율은 79.78%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S&P가 현대캐피탈을 그룹 핵심 회사라 보고 모회사와 등급을 덩달아 낮춘 것"이라며 "그렇다고 한 노치 낮춘 게 본질적인 사업역량이 저하됐단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캐피탈의 자금조달 현황. (출처: 한국신용평가)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조달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상반기 기준 회사의 사채 잔량은 17조 4755억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에도 1분기 9000억원, 2분기 1조 3400억원, 3분기 1조 8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었다. 캐피탈사는 은행·증권사와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일괄신고제를 활용해 채권을 빈번히 발행하는 편이다.

특히 외화채권 시장에선 이전에 비해 높은 비용을 치뤄야 할 전망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의 등급전망(아웃룩)을 변경하는 데 그쳤지만, 외국계 신평사는 등급 자체를 낮췄기 때문이다. 반기 기준 외화채 잔량은 5조 3910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잔액 대비 31% 정도다.

현대캐피탈은 한국물(KP) 시장을 대표하는 발행사다. 지난해에만 약 22억 4000만달러(한화 2조 5400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찍으며 수출입은행(82억 3200만달러), KDB산업은행(53억 8900만달러)에 이은 빅이슈어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2년동안 현대캐피탈은 최대 규모의 KP를 발행한 민간 기업이기도 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등급이 낮아진만큼 금리 산정 시 비교기업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이듬해 발행 시엔 IPG를 보다 공격적으로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현대캐피탈의 바뀐 신용등급에 즉각 반응하진 않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3월 발행한 글로벌본드의 유통금리(G-Spread)는 106~108bp를 오가고 있다. 9월 말과 10월 말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6월 발행한 글로벌본드 역시 130~140bp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하락한 이후 현대캐피탈의 유통금리가 급등하진 않고 있다"며 "10월부터 미국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통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