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자회사 CEO '임기 2년' 환원할까 전임 회장 시절 '1년 임기제' 도입…김광수 회장, 중장기 경영계획 강조
안경주 기자공개 2018-11-21 08:23:01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6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그룹이 1년짜리 초단기 최고경영자(CEO) 운용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자회사 CEO 인선 작업 과정에서 농협금융이 최초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다시 환원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완전자회사 CEO 인선 논의 절차에 들어갔다. 농협금융는 향후 4~5차례 임추위 회의를 거쳐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농협캐피탈 등 자회사 4곳의 CEO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올해 초 취임한 이대훈 농협은행장과 오병관 농협손보 사장이 재신임 대상에 포함된 점이다. 농협금융 지배구조내부규범상으로는 최초 선임 시 임기는 2년 이내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1년씩 임기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농협금융 자회사 CEO 임기는 1년으로 매년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내부에선 자회사 CEO의 연임 여부와 함께 최초 임기를 예전과 같이 2년으로 환원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기 1년은 국내 금융회사를 통틀어 가장 짧은데다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임기 1년'의 CEO 선임은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 시절인 2016년 말부터 시작됐다. 농협생명과 농협캐피탈 등을 비롯해 농협금융 아래 덩치 큰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1년 임기가 트랜드처럼 퍼졌다. 빅배스를 통해 부실자산을 털어낸 김용환 전 회장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침이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용환 전 회장이 '초단기 임기' 카드를 꺼낸 것은 자회사 CEO에게 느슨해지지 말고 실적에 신경을 쓰라고 주문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도 반영됐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병원 회장이 범농협 수익센터로서 농협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던 만큼 김용환 전 회장도 '수익'에 방점을 둔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회사 CEO 임기 1년'이라는 기형적인 인사정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초단기 임기' 정책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3분기 1조7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47.9%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단기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중장기 리스크까지 고려한 경영전략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4월 취임한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줄곧 자회사 CEO의 짧은 임기를 우려해왔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사장들의 임기가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짧은 편"이라며 "각 자회사들이 중기계획을 갖고 이사회와 협의해 나갈 수 있도록 평가방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의 최초 임기를 2년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도 농협금융 자회사 CEO 임기 환원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모태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은행장 등 금융사 경영진의 최초 임기를 2년 보장하도록 권고했다. 이 때문에 신한·KB·하나금융은 자회사 CEO에 대해 기본 2년 임기 후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회사 CEO 임기의 불명확한 기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CEO 임기의 환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 등 완전자회사의 CEO 임기는 1년으로 하고 있지만 NH투자증권 CEO의 최초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있어서다. 일부 자회사에서는 CEO 임기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불필요한 뒷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매년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면 CEO들은 장기경영계획을 세우기 보다 단기 성과주의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며 "농협금융이 지속 성장을 위해서라도 CEO의 최초 임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농협금융 일각에선 자회사 CEO의 임기를 예전처럼 환원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CEO 임기의 경우 이사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수익을 강조해 온 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의 사전 교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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