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 회장, 금융계열사 CEO 인선에 영향 미칠까 16일 임추위서 후보자 추천 논의, '전문성' 방점 둔 인사 이뤄질지 관심
안경주 기자공개 2018-11-15 13:07:58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5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가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 등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에 착수하면서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전문성'에 방점을 둔 소신 인사를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상 자회사 CEO 인선 때마다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해 온 탓이다.농협금융 내부에선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중 누구의 의중이 반영되는지에 따라 농협금융 자회사 차기 CEO의 명암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달 1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농협은행 등 완전자회사 CEO 선임 절차를 논의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완전자회사 CEO의 임기를 1년으로 하고 성과에 따라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몇 차례 임추위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좁힌 뒤 다음달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준행 서울여대 교수,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정병욱 변호사 등 사외이사 3명과 이강신 농협금융 부사장(사내이사),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비상임이사)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금융 안팎에선 첫 임추위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자회사 CEO 인선 과정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금융 자회사 인사와 관련해 김광수 회장에게 전권을 주는 분위기인데다 외형상 자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농협금융에 힘이 실리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농협금융 자회사 인사권이 농협금융 회장의 고유권한이었지만 그동안 CEO 인사에서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강했다.
지난해 이대훈 농협은행장 선임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였던 이 행장은 임기 1년을 남기고 상호금융 대표직을 사임했다. 농협금융도 당초 계획과 달리 임추위 회의일정을 미루고 이 행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농협금융 안팎에선 이 과정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봤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당시 계획대로 농협은행장 인선 작업이 진행됐다면 이 행장에게 기회가 주어지기 어려웠다"며 "김병원 회장과의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농협은행장 인선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인사 영향력이 강한 이유는 농협금융의 특수한 지배구조 탓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타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이 100% 자회사다. 이 때문에 자회사 CEO 인선에서 농협중앙회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농협금융 회장의 의중이 중요하지만 실제로 자회사 CEO 인선 과정에선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농협금융 임추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는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 내부에선 자회사 CEO 후보군 자격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에 따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미쳤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수 회장이 인사 원칙으로 '전문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3분기 종합경영성과 분석회의에서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업무경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인사 방향을 제시했다.
농협금융은 그간 자회사 CEO 후보군 자격을 '농협' 출신으로 제한했다.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을 포함하더라도 내부 출신으로 후보군을 채우는 셈이다.
문제는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등 보험계열사 CEO 후보군을 내부 출신으로만 채울 경우 김광수 회장이 강조한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농협 내부에 '보험 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 인사들이 적은 탓이다. 외부 인사가 영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로 농협생명이나 농협손보의 역대 CEO를 보면, 농협의 은행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꿰찼다. 농협생명은 2012년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나동민 사장을 제외한 김용복·서기봉 사장 모두 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농협손보 역시 비슷하다. 김학연 초대 사장은 농협중앙회 상호자금운영본부장과 인천지역본부장을, 이윤배 전 사장은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부장과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장을 거쳤다. 오병관 사장도 농협중앙회 기획실장과 농협금융 재무관리본부장·경영기획부문장을 역임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반영된다면 전문성 보다는 지역 안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자회사 CEO 인선이 향후 김광수 회장의 인사에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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