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21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의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농협금융지주 이사회에 몸담고 있는 A 이사가 최근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금융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CEO를 1년만에 다시 선임해야 하는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금융당국도 경영 연속성을 고려할 때 은행장 등 금융사 경영진의 최초 임기를 2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대부분 자회사의 CEO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대훈 농협은행장과 오병관 농협손해보험 사장은 올해 초 임기를 시작했음에도 재신임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서기봉 농협생명 사장과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도 마찬가지다.
농협금융이 '유통기한 1년'의 자회사 CEO를 만든 것은 수익 때문이다. 김용환 전 회장 시절, 범농협 수익센터라는 농협금융의 존재 목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택한 방안이다. 여기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의중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업계 일각에선 외부 출신인 농협금융 회장이 내부 장악을 위해 1년 임기제도를 선호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CEO 임기 1년'은 국내 금융회사를 통틀어 가장 짧은데다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고 추진하기 어렵다. 매년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양적 성과에 집중하다 보면 장기 플랜을 짤 수 없고, 결국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물론 2년의 임기를 보장한다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의견에도 일정부분 동의한다. 특히 농협의 특성상 임기 2년을 채운 CEO 대부분이 연임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2년을 보장해 주는 것이 조직의 느슨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길게 보면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CEO의 짧은 임기가 꼽힌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국내 최장수 은행장을 역임했던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전략을 세우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6년 가량의 임기는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가 2년인 점을 감안하면 하 전 회장의 말처럼 CEO의 임기를 6년, 아니 절반 수준인 3년도 보장해주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농협금융 회장의 2년 임기도 짧다고 하는데 임기 1년을 부여받은 자회사 CEO들이 과연 어떤 경영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농협금융이 이번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CEO 인선 작업에 착수했지만 임기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임기제도를 바꾸기 위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장기 경영전략과 책임경영을 위해 '유통기한 1년'의 자회사 CEO 임기제도가 바람직한지 따져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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