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1월 28일 08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자인을 앞세운 기술개발 욕심을 조금만 버려도 후속 제품 출시가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애플 고집을 꺾기가 쉽지 않아 납기일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애플에 특정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모 기업 엔지니어의 말이다. 애플은 디자인과 기술에 대한 고집이 남다르고, 그만큼 납품사들에 고퀄리티를 요구한다. 애플이 각 업체마다 독보적인 디자인이 넘쳐났던 MP3에서 휴대폰 제조로 넘어온 업체라는 점이 그 원인이란 진단도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버리지 않은 채 이에 맞춘 기술 개발까지 쉴새없이 요구했던 게 애플의 성장 동력이 됐다고 봐야 한다.
애플은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만큼 과감한 투자도 아낌없이 했다. 앞서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폰 사각 테두리를 라운드로 만들고 베젤을 축소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디스플레이 등에 애플이 투자한 기술개발 자금만 수천억원대다. 새로운 구동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출시일이 더뎌질 수 있었지만 애플은 망설이지 않았다. 디자인과 기술적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일념에 서두르지 않았다. 당시 경쟁업체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특히 디자인을 향한 세심함은 '겉치장'에만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납품사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2011년경 출시한 아이폰 시리즈부터 인쇄회로기판(PCB) 등 내부 부품을 전면 검정색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유는 대단하지 않았다. 파워블로거들이 신제품 출시마다 이를 분해해 인터넷에 공개하는데 "녹색 기판이 싸구려처럼 보인다"는 이유였다. 기술 경쟁력을 떠나 아이폰은 이때부터 '알맹이도 가장 정갈한 스마트폰'으로 꼽힌다.
애플의 디자인을 앞세운 기술 개발 철학은 삼성전자가 조만간 상용화할 폴더블폰에도 담겼으면 하는 부분이다. 이달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18에서 삼성전자는 개발 중인 폴더블폰 디스플레이를 최초 공개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고 상용화 제품을 향한 기대감도 크다. 반면 공개된 제품 디자인의 투박함에 대한 지적과 초기 제품 기술이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꽤 많다.
뜨거운 시장 반응을 맛본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내에 폴더블폰을 무조건 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계획을 직접 밝혔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이 정체된 스마트폰 폼팩터를 혁신할 제품이자 정체의 늪에 빠진 IM사업부문의 '구세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스마트폰 소비자의 무게추는 폴더블폰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해당 분야에서 애플보다 선두주자로 치고 나간다면 그만큼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급증은 실수를 낳는 법이다. 처음으로 내놓을 폴더블폰이 디자인과 기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면 최초 상용화란 타이틀이 무색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서둘러 따라잡기 위해 2008년 내놨던 옴니아 폰은 지금의 갤럭시 시리즈 성장 기틀이 된 제품이긴 하나 역대 최악의 폰이란 불명예를 여전히 안고 있다. 삼성전자의 '흑역사'다.
삼성전자는 이제 북미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업체다. 과거처럼 급하게만 생각할 이유는 없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디자인과 기술적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 폴더블폰을 출시했으면 한다. 이런 부분에서 만큼은 애플의 정신을 답습해도 나쁠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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