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경영진단]KB국민카드, 몸집 키우고 수익 다변화로 버티기②'질보다 양'…회원증대·카드론·할부금융자산 확충
조세훈 기자공개 2018-12-06 10:11:43
[편집자주]
3년마다 돌아오는 적격비용(원가) 재산정 결과를 놓고 카드업계가 '위기론'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 감소액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8000억원에 달한 탓이다. 앞서 발표한 수수료 인하 정책(6000억원)을 합하면 감소액은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위기론에 휩싸인 카드사, 그 '위기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3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카드는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발표 후 곧바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섰다. 신용판매 시장점유율(M/S) 2위인 국민카드는 이번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으로 적어도 550억~600억원 가량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예년보다 늦게 내년도 사업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는 국민카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업권 전체가 비상이다. 내년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티기 전략이 관건이라는 얘기다.국민카드는 '버티기 전략'에 익숙하다. 2015년 카드 수수료 재산정 이후 양적 성장에 집중해온 경험이 있다. 다른 카드사들처럼 내다 팔 주식이 있지도, 배당금을 받을 수도 없었던 탓이다.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전략이 미래성장기반 투자 확대다. 이익이 일정 부분 떨어지더라도 마케팅 확대로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게 전략의 주요 방향이다. 국민카드는 지난 2년간 자산이 4조원 넘게 늘어 올 9월 말 최초로 자산 20조원을 넘어섰다. 공격적인 영업활동으로 자산 성장률이 2년 연속 10% 넘게 증가했다.
그간 미래성장 기반 투자로 순익은 늘지 않았지만 확대한 영업 전략이 내년부터 효과가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마케팅비 축소를 주문하면서, 모든 카드사가 예전처럼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미리 자산을 키운 국민카드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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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로 '흔들'
국민카드는 2014년 초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신용카드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 모델링 개발 용역 계약을 맺었던 KCB의 직원이 KB국민카드·농협은행·롯데카드의 고객정보를 1억 건 이상 외부로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국민카드는 그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 간 영업정지를 당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그해 순이익 역시 3327억 원으로 전년(3840억 원)대비 13.4% 감소했다.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 등 영업수익이 같은 기간 12% 가까이 빠진 탓이다.
2015년에도 위기는 지속됐다. 당국이 2015년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6800억원의 카드 수수료 감소액이 발생했다.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배당금을 지급받아 수익성을 방어했던 신한카드, 삼성카드와 달리 일회성 이익을 얻지 못한 국민카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SK텔레콤으로부터 휴대폰 단말기 할부채권을 매입, 유동화하는 팩토링 사업도 SK텔레콤이 자체 유동화를 시작해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국민카드의 팩토링 자산은 35억원으로 전년보다(517억원) 93%나 감소했다. 2016년 3월 말(2조1441억원)과 비교할 경우 1000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국민카드가 당긴 '세 가지 화살'
국민카드는 2016년부터 미래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해왔다. 국민카드가 쏘아 올린 성장 기반 전략 화살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 화살은 회원 증대다. 회원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비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해왔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각종 회원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카드의 신용카드이용실적(개인+법인)은 2016년 상반기 37조9000억원에서 2018년 상반기 49조6000억원으로 2년 사이 31% 증가했다.
두번째 화살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다. 2016년 상반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카드론 자산을 2조원 이상 늘릴 만큼 등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다. 다만 고수익을 올리는 자산이지만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이 뒤따랐다. 작년 말 국민카드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3370억원으로 전년(2509억원)대비 34% 증가했다. 올해 9월 말 충당금 전입액은 3190억원으로 전년 한해 쌓은 충당금 수준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카드론 영업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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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번째 화살은 할부금융자산이다. 할부금융자산 중 대부분은 자동차할부다. 자동차할부시장은 치열한 경쟁 시장이지만 계열사인 KB캐피탈 덕분에 별다른 노력없이 수익자산을 쌓을 수 있었다. KB캐피탈의 관계회사이자 쌍용자동차의 캡티브사인 SY오토캐피탈이 주로 영업을 담당하고, 국민카드와 KB캐피탈이 SY오토캐피탈의 영업채권을 주기적으로 매입·관리하는 사업 구조 덕분이다.
국민카드의 할부금융자산은 2016년 1939억원에서 2017년 1조292억원으로 5배 늘었으며, 2018년 9월 말 현재 할부금융자산은 1조6036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동차할부로 지난해 75억원, 올 상반기에는 1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차는 수익성이 높은 자산은 아니지만 매우 안정적인 자산"이라며 "수익률은 회사마다 조금 다르지만 대략 0.6% 정도"라고 말했다. 영업비용이 따로 들지 않아 할부금융자산이 늘어날수록 국민카드의 수익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질보다는 양적 성장을 추구한 국민카드의 경영 전략은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익률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15년 2% 초반대에서 지난해 말 1%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에는 ROA가 1.76%로 반등했지만 캠코 매각 이익(370억원)으로 얻은 일회성 이익 효과다.
그러나 마케팅비를 투여해 늘린 회원수와 영업자산이 변화된 영업환경에서 톡톡히 효과를 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결정하면서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비를 줄이라고 주문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카드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국민카드는 기타마케팅 비용, 무이자할부 비용, 광고비 등 재량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이 3000억원 가량이다. 이 비용 중 5분의 1가량 축소하면 수수료개편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다만 양적 성장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총자산이 총자본의 6배를 넘길 수 없다. 그런데 국민카드의 레버리지비율(자산총계/자본총계)은 올해 9월 말 현재 5.26배로, 지난 분기(4.91배)보다 0.38배 급증했다. KB금융지주가 자본확충을 해주지 않는다면 이같은 공격적인 영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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