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 셈법 복잡한 하나금융 하나카드 성장전략 미확정…하나은행과 합병 가능성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8-12-17 10:09:59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4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매각 작업이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하나금융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탓이다. 특히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의 결정적 역할을 할 하나카드의 성장 전략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크다.하나금융은 그동안 비은행부문 강화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롯데카드를 매력적인 매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합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롯데카드 인수와 관련 하나금융의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롯데카드 인수와 관련한 검토를 시작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티저레터를 받은 금융지주사 중 하나금융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을 공식화하고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두 회사의 기업현황을 담은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티저레터를 받은 곳은 하나금융을 비롯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BNK금융지주, 한화그룹 등이다.
하나금융은 그간 비은행부문 강화를 추진해왔던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롯데손보 보다는 롯데카드에 더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장 하나카드와의 시너지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선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의 자산은 올해 9월말 기준 12조9268억원으로 8개 카드사 중 업계 5위다.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합병한다면, 자산규모 3위인 KB국민카드(20조3367억원)와 동급으로 격상되는 등 외형 성장을 꾀할 수 있다.
특히 하나카드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영업확대 제한이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되면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해 다른 카드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7%대에 불과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카드업계는 '빅4'에서 '빅5'로 재편돼 기존 대형사와 경쟁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다만 하나금융 내부적으로 하나카드의 성장 전략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이 변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카드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마련을 지시했지만 아직 뚜렷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며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카드의 외형성장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사실상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최근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합병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금융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측은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선 상당히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합병을 상당한 비중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합병 여부는 향후 롯데카드 인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하나카드 합병이 불거지는 이유는 이미 카드사들이 2003년 카드 사태 때 부도위기를 은행 품에 안기며 넘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내수 진작을 위한 카드 활성화 정책에 편승해 부분별한 영업을 펼치다가 대규모 부실사태를 맞았다.
물론 지금의 수익성 악화 원인이 과거 카드사태와 다르다며 합병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이 낮고 영업 강화를 위해 마케팅비용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는 점에서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독립법인을 운영하는 의미가 있다"며 "신용카드업 자체가 위축되고 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도 증가하면서 금융지주 차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용액 기준 시장점유율 10~11%로 카드업계 4위이자 체크카드는 1위 수준인 농협카드 역시 농협은행 내 사업부문으로 있다는 점도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더욱이 하나금융은 계열사를 은행으로 복귀시킨 경험이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은 독립법인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은행 내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지난해 4월 하나은행과 합병시켰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과 하나카드의 합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최근엔 하나금융 내부에선 구체적인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를 합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앞선 관계자는 "하나카드를 하나은행에 합병시킨다면 롯데카드를 인수할 이유가 없다"며 "결국 하나카드의 성장 전략을 확정하기 전까지 여러 방안을 두고 (하나금융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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