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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72 소송전]죽어있던 대출 500억 살려낸 경남기업①AON인베스트먼트·랜드마크타워유한회사 파산선고, 3월부터 항소심

이명관 기자공개 2019-03-07 10:30:10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2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그룹 계열 경남기업과 AON그룹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베트남소재 빌딩인 '랜드마크72'의 개발 주체인 경남기업이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숨어있던 대출채권 약 500억원 어치를 찾아냈고 이의 회수에 나서면서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받아낼 수 있는 돈이었으나 받아내기가 애매했던 대출채권을 경남기업이 갖고 있고, 채무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랜드마크72의 새로운 주인인 AON그룹 측에 채권 회수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곧바로 연관 업체들을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신청 했다. 이후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지만, AON그룹은 곧바로 항고하면서 이번 소송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를 조짐이다.

이번 송사는 경남기업과 AON그룹 모두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AON그룹은 자칫 패소할 경우 상당한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경남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호재가 될 수 있다. 법정관리를 거쳐 SM그룹에 편입되면서 이제 막 꿈틀꿈틀 대는 경남기업이다. 해당 자금을 발판으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AON그룹은 계열사인 AON인베스트먼트(옛 경남인베스트먼트, 피고)와 랜드마크타워유한회사(이하 랜드마크타워, 피고)의 파산선고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1차 심문기일은 내달 7일로 예정됐다.

이번 송사는 작년 2월 채권자인 경남기업(원고) 주도로 파산신청이 이뤄지면서 불거졌다. 경남기업은 보유하고 있던 대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이들 업체들을 법원에 파산신청 했다. 재판부는 채무자 부채의 총액이 자산 총액을 초과해 채권 지급능력이 없다고 보고 파산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파산선고를 내렸다.

만약 이대로 파산절차가 확정되면 관련 자산에 대한 경매를 통해 배당이 이뤄지게 된다. 경매 대상 자산은 AON인베스트먼트의 지분과 수익증권이다. 여기서 언급된 수익증권은 랜드마크72 개발 PF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됐던 자산(아래표 참조)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대출채권은 사실 경남기업과 AON그룹 모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남기업이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사실상 소멸된 것으로 양측 모두 여겼기 때문이다. 경남기업 입장에선 숨겨져 있던 채권을 찾은 셈이지만, 랜드마크72를 인수한 AON그룹 입장에선 없던 부채가 생긴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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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채권의 실체는 경남기업이 베트남 하노이에 초고층 빌딩인 랜드마크72를 개발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드러난다.

당시 경남기업은 1조2700억원을 들여 3개동 규모의 랜드마크72를 건립했다. 오피스빌딩 1개동과 주상복합아파트 2개동으로 이뤄졌다. 전체 개발사업비 중 41% 가량에 해당하는 524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했다. 나머지는 아파트 분양대금 등으로 충당했다.

PF 대주단은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총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대출 실행은 다소 복잡하게 이뤄졌다. 우선 경남기업이 설립한 랜드마크타워유한회사에 차입이 실행됐다. 이후 해당 자금은 키움증권이 설정한 펀드인 마일스톤 펀드에 담겼다. 그리고 펀드는 외화대출 형태로 랜드마크72 개발사업 주체인 경남비나(현 AON비나)에 유입됐다.

경남비나는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경남기업은 국내에 설립한 경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경남비나를 컨트롤했다.

PF대주단은 반대급부로 펀드의 수익증권을 담보로 제공받았다. 여기에 경남인베스트먼트와 경남비나 지분 100%도 담보로 잡았다.

이에 더해 경남기업은 PF대주단과 '자금보충약정'과 '채무인수' 약정을 맺었다. 사실상 연대보증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자금보충 약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약정으로 인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대출채권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업초기 현금흐름이 좋지 않았을 때 이 자금보충 약정 때문에 경남기업이 금융비용을 책임졌다. 랜드마크타워에 대여금 명목으로 325억원을 빌려준 것이다. 이와 함께 경남인베스트먼트에도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197억원을 대여했다. 총 500억원 가량을 빌려준 셈이다.

물론 이대로 개발사업이 무사히 종결됐다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경남기업이 갑작스레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PF대출 상환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원리금은 불어나 7000억원에 이르렀다.

경남기업은 랜드마크72 매각을 통해 PF대출 상환을 모색했다. 7000억원에 이르는 채무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생자체가 불가능했던 탓이다. 하지만 당시 공실률이 높았던 랜드마크72는 제값을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매각에 실패했다.

이때 경남기업이 대물로 변제할 의사를 밝혔고, 대주단이 이를 수용하면서 7000억원에 달하는 채무관계가 정리됐다. 이때 담보로 잡혀있던 경남인베스트먼트와 경남비나의 지분도 대주단 몫이 됐다. 이후 대주단이 대출채권 매각 형태로 랜드마크72 매각에 나섰는데, 이때 AON그룹이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거래금액은 4540억원이었다. 대주단의 지위를 물려받은 AON그룹은 경남인베스트먼트와 경남비나 지분도 함께 확보, 이들의 사명을 AON인베스트먼트와 AON비나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남기업이 랜드마크타워와 경남인베스트먼트에 빌려줬던 대출채권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소송이 진행되는 현재로선 대주단이 경남기업과 채무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이를 놓쳤던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주단이 채무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SM그룹이 경남기업을 인수한 이후 뒤늦게 해당 대출채권의 존재를 인지,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AON그룹과 갈등이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랜드마크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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