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화 가이드에 '손실급증'…합법과 편법사이 [R&D 회계 후폭풍]①증선위, 10개사에 시정조치…수천억 무형자산 재분류, 손실 확대 불가피
오찬미 기자공개 2019-03-11 08:15:47
[편집자주]
금융위원회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R&D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며 제약바이오 업계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적자 전환하거나 적자 폭이 대폭 커졌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의 재분류 여파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5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9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R&D 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자본이 반토막 나거나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는 기업도 속속 나타났다.금융당국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시장 관리종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존 기술특례기업 상장요건을 준용한 '상장관리 특례적용'을 도입하기로 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일단 숨통이 틔었지만 앞으로 R&D 비용의 무형자산화 기준이 엄격해진 만큼 한동안 실적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 R&D 자산화 기준 제시 후폭풍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미국 바이오협회 측의 통계자료를 참고해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을,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의 경우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자산화 요건으로 제시했다.
신약 개발의 경우 임상 3상 단계를 넘어야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임상 3상 이후 정부의 판매 허가가 나면 그때 R&D 비용을 자산으로 반영한다.
당국의 지침이 바뀌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반발은 컸다. R&D 비용 대부분을 관행처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왔던 업체들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R&D 비용의 자산화(무형자산) 비율이 높을수록 이를 비용으로 재분류하게 되면 수익이 급감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적자폭이 커져 관리종목 지정 등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개 제약바이오사·회계법인 등 '경고' 조치
회계기준 변경과 엄격한 심사는 제약바이오 및 회계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몇몇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 22개사에 대한 감리를 진행했다.
증권선물위원회도 작년 11월말 10개 기업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경고'를 받은 10개 기업은 일양약품, 차바이오텍, CMG제약, 메디포스트, 제넥신, 알보젠코리아, 오코스텍, 바이오니아, 인트론바이오, 이수앱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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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잠정실적을 발표한 차바이오텍은 지난 7년간 개별기준 103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과대계상해 경고를 받았다. 당시 차바이오텍을 감사한 삼정회계법인도 의약품 심사·허가 과정의 불확실성 및 위험에 대한 감사절차를 소홀히 해 경고 조치를 받고 감사인에서 배제됐다.
이밖에 메디포스트도와 감사인인 다산회계법인은 8년간 2346억원의 개발비를 자산으로 과대계상해 경고를 받았다. 인트론바이오도 지난 2010년부터 8년간 638억원을 자산에 과대 계상했다.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 정진회계법인, 신한회계법인이 함께 경고를 받았다. 제넥신과 감사인인 삼경회계법인, 바이오니아와 감사인인 우리회계법인과 태성회계법인도 경고를 받았다.
◇실적 악화 현실화→관리종목 지정 우려 제기…특례적용 대안될까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회계기준 변경 여파로 한동안 경영 지표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실적을 발표한 코오롱티슈진, 파미셀, 삼천당제약 등은 순이익과 자본이 크게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도 과대 계상된 무형자산을 털어내야 해 회계기준 변경 파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되면서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기존 기술특례기업 상장요건을 준용한 상장관리 특례적용 카드를 대책으로 내놨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경우 영업적자가 지속되더라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아 상장폐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신약 개발 전까지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은 앞서 제시한 회계처리 요건을 준수한다면 추가 감리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소한 요건을 지켜준다면 무조건 맞다고 볼 수 없더라도 감리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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