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우투'부터 이어진 명맥…조직력 강점 [토종 M&A 자문사 점검]①정통 IB맨 정영채 사장 필두 체계화 눈길
김혜란 기자공개 2019-03-28 08:06:49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자문 시장에서 국내 토종 IB들은 여전히 변방이다. 외국계 IB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은 곳들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대여섯 곳이 전부다. 이들 국내 자문사들은 외국계 IB가 점령하고 있는 M&A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벨은 증권사 IB 하우스별 현황과 전략을 총 다섯편에 걸쳐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이하 NH증권)은 종합 기업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몇 안 되는 국내 증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정통 IB맨' 정영채 사장을 중심으로 막강한 IB 조직력이 구축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NH증권 IB사업부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커버리지(coverage)를 책임지는 인더스트리본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국내 기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 필요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게 NH증권 IB 사업부의 지향점이다. 12년간 NH증권의 IB 조직을 이끌어온 정 사장을 필두로 각 본부 수장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확실한 IB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해온 것도 지금의 NH증권 IB사업부가 있게 한 배경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M&A자문 분야만큼은 국내 최고의 IB하우스 위상에 걸맞은 실적을 냈다고 보기 어렵다. 글로벌 IB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M&A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강력한 기업 커버리지 강점을 살리고 약점으로 꼽히는 해외 네트워크를 보완해 M&A 자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인수금융 '기업 네트워크·조직력' 강점
인수금융부와 M&A부, 인프라금융부로 구성된 투자금융본부는 국내 증권업계 인수금융 1세대로 꼽히는 김연수 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수금융 분야의 경우 국내 대표 주선 금융회사로 입지를 확고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 본부장이 2000년 NH증권 전신인 LG투자증권에서 시작해 우리투자증권 등을 거쳐 지금의 NH증권이 있기까지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 투자금융본부가 속한 IB1사업부를 총괄하는 윤병운 대표 역시 1993년 LG투자증권에 입사해 지금까지 25년간 자리를 지켰던 내부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대우증권을 거쳐 2005년 우리투자증권에 합류한 정 대표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며 NH증권을 IB 명가로 키운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NH증권이 인수금융 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지난 2010년이다. 당시 국내 증권사 IB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뛰어든 1세대다. 김 본부장은 2010년부터 투자금융팀장을 맡아 국내 기업들과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등 톱 티어'(Top-tier)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덕분에 NH증권은 인수금융 시장에서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랜드마크딜이었던 한앤컴퍼니의 SK해운(1조5000억원)M&A에 인수금융을 제공했고, BHC MBO(경영자인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의 해양도시가스·서라벌도시가스 인수 등 굵직한 거래에도 연이어 참여했다. 최근엔 MBK파트너스가 추진하는 대성산업가스 인수금융 리캡(자본재구성)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NH증권은 2년 전 MBK파트너스가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할 때 인수금융을 주선했었다.
2015년 한온시스템 인수(2조6000억원)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4조3000억원) 메가딜에 참여한 데 이어 올해 10조원 규모의 넷마블과 MBK파트너스의 넥슨 인수 딜에서 금융주선을 맡는 저력을 보여줬다.
◇거래 건수 많지 않지만…토종 증권사 IB 명맥 유지
M&A부의 경우 인수금융부에 비해 연간 자문 수임 건수 자체가 많지는 않다. 8건(거래 규모 2조7459억원)의 실적을 올렸던 2015년을 제외하고 2016년 5건(9000억원), 2017년과 지난해엔 각각 3건의 실적을 쌓는 데 그쳤다.
자문 건수 자체는 적지만 NH증권 투자금융본부가 보유한 국내 기업, PEF 운용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KTB프라이빗에쿼티(PE)의 동부대우전자 매각과 전진중공업 매각 자문을 연이어 맡기도 했다. 이 딜 소싱은 M&A부 부서장을 맡고 있는 안태석 이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이사는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KB증권을 거쳐 2015년 NH증권에 합류한 인물로 M&A부의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2016년엔 글랜우드PE와 NH PE 컨소시엄의 동양매직(현 SK매직) 매각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거래규모만 6100억원에 달했던 비교적 굵직한 거래였다. 같은 해 VIG파트너스의 버거킹 매각과 한앤컴퍼니의 엔서치마케팅 매각 거래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문을 완료했다. M&A부는 안 이사 외에도 딜을 주도하는 PM(Project Manager)급 인력 네 명을 포함해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에버코어 제휴 성과 아직 없어…크로스보더 딜 강화 '숙제'
NH증권 투자금융부의 올해 화두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 간 거래)'다. M&A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크로스보더 딜 자문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 PEF운용사들과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딜 자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NH증권은 에버코어와의 협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NH증권은 지난 2016년 글로벌 M&A 자문사인 에버코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으로 M&A 자문 기회를 발굴해왔다. 2017년엔 실무 인력 2명을 에버코어 본사에 파견한 상태다.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에버코어와 협업한 지 약 3년 만에 협업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NH증권은 에버코어와의 제휴가 실제 딜 성사로 이어진다면 이를 발판으로 향후에도 크로스보더 딜 자문 성과를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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