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케이뱅크 위기, KT의 결단 필요할 때 [thebell desk]

안경주 금융부 차장공개 2019-04-22 07:40:14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9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용하기 편해서 좋은데, 은행 상황이 안좋은거 아닌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이 공통으로 하던 질문이었다. 지난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표적 대출 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한 탓이다.

다행이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통과되면서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았던 대주주 KT의 자본확충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KT는 2017년 케이뱅크 출범을 주도한 기업이지만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정 때문에 그동안 10% 이상의 지분(보통주 기준)을 확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일반 기업의 지분 소유 제한을 완화해 지분 보유를 34%까지 넓혀주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T는 이달 25일 5900억원 규모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34%의 대주주가 될 계획이었다. 여기에 국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새 주주사로 영입해 자금 수혈을 받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처럼 좋았던 케이뱅크의 분위기는 불과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반전됐다. 기대하던 KT 투자가 막힌 것. 금융당국이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해서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계획도 보류되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케이뱅크 출범 이후 대주주 KT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종종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케이뱅크가 마주한 무게감은 다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법적 요건만 갖추면 자금 수혈이 가능했던 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됐지만, 이번 대주주 심사 중단의 경우 마냥 기다린다고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금융당국은 진행 중인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 되면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가 다수 진행되고 있는 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또 불거질 수 있다.

오히려 담합 사실이 인정될 경우 KT는 케이뱅크 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는 길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으면 대주주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이 수백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KT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면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재판결과가 나오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탓이다.

예컨대 금융위는 2003년 발생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8년이 지난 2011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나서야 론스타에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 요건을 갖추도록 명령한 바 있다. 결국 케이뱅크 입장에선 기약없는 기다림을 계속해야 될 수 있다.

문제는 케이뱅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상품 판매 중단으로 성장 제약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연내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면 케이뱅크가 설 수 있는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작년과 올해의 상황이 다르지만 계속해서 KT가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 KT가 케이뱅크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대주주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KT 내부에서도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기도 힘들고 사업에 걸림돌까지 되는 상황에서 사업 철수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가 출범한지 2주년이 되던 지난 4월3일.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자 케이뱅크 내부에선 생일을 축하하기 보다는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케이뱅크의 도약을 위해서라도 KT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