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22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KDB산업은행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론에 시달렸던 구조조정부문 직원들에게 뭔가 해보자는 의지가 느껴진다. 배경엔 이동걸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원칙론'을 앞세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냄으로 구조조정 직원들이 흔들림 없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려 애썼다.구조조정 업무에 대한 접근 방법부터 달랐다. 그동안 산업은행을 거쳐간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존 프레임에 갇혀 있거나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맡겼다. 때론 현실에 안주해 구조조정 기업의 새주인 찾기를 등한시 하기도 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간의 대다수 CEO들이 구조조정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요약본과 직원의 설명만을 듣고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직접 모든 자료를 챙겼다고 한다. 자료도 요약본이 아닌 최종 보고서였다. 특히 경영진은 물론 구조조정부문, 리서치센터, 지역 지점 등의 직원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주저함 없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산업은행 임원은 "(이 회장은) 조선·해운, 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 대한 스터디를 끝냈다"며 "흔들림 없이 구조조정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스터디를 통해 기업의 장단점을 꿰차고 있는 만큼 외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접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했고, GM과 한국GM의 새로운 로드맵을 짤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올들어 무려 20년을 관리하던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기기로 한 것도, 구조조정을 전담할 자회사 'KDB AMC' 설립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 매각, KDB AMC 설립 등은 그동안의 산업은행 구조조정 전략과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자신감을 갖추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탓이다.
예컨대 대우조선 매각방안은 국내 조선산업을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산업적 측면의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작업인 만큼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구조조정 업무에 자신감을 가진 이 회장이 정부를 설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KDB AMC 설립은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과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이 회장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시도 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더 중요한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지나친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될 수 있는 탓이다. 최근 대우조선 매각 과정을 두고 잡음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지나친 자신감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삼성중공업 등 다른 경쟁후보는 애당초 협상 테이블에 함께 올라가지 못했다. 이는 현대중공업과의 협상이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한 채 진행된 것으로 자칫 자만심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신규 설립되는 KDB AMC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책임 떠넘기기, 낙하산 자리를 만들기 위한 자회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분명 산업은행이 모든 구조조정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 다만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바뀌는 순간,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는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고 또다시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 이 회장의 자신감에 힘입어 구조조정 업무에서 새로운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산업은행 직원들에게 당분간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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