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과 12인의 리더들 [네이버를 움직이는 사람들]①수직적 구조 대신 수평적 의사결정 'CIC' 중심
정유현 기자공개 2019-04-30 08:22:04
[편집자주]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네이버는 국내 대표 IT기업이다. 네이버는 전통적인 대기업처럼 경영 전반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주요 리더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직 개편 실험도 한다.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네이버를 이끄는 주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5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IT기업인만큼 재계와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 대기업처럼 의사 결정을 하는 중추조직을 따로 갖추진 않았지만 전문경영인을 필두로 각 업무를 주도하는 '주요 리더'가 필요에 따라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오너인 이해진 창업자 역시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후 글로벌투자담당(GIO)으로 해외 투자처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를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은 '리더'로 규정할 수 있다.이슈가 있을 경우 회사의 실무를 총괄하는 한성숙 대표가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 안건에 따라 담당 리더가 참석자를 정한다. 리더 뿐 아니라 신입 사원도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수평적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업무의 시너지를 내고자한다.
주요 리더는 사내독립기업(CIC·Company-In-Company) 대표와 경영 리더 등으로 구성됐다. 네이버는 2014년 팀, 센터 등의 수직적 구조를 없애고 서비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하나의 조직으로 빠르게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셀(cell) 조직을 신설했다.
2015년부터는 셀 조직을 진화 시켜 CIC 제도를 도입했다. CIC는 셀 보다 독자적인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 사내 독립기업이다. CIC 리더에게는 대표라는 호칭과 이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해 조직 전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네이버는 발전 가능한 지속 성장을 위해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리더와 대표급(C레벨) 사이에 책임리더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CIC대표를 보좌하는 직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68명의 책임리더들이 성과를 통해 CIC 대표가 되고 담당 CIC가 별도 법인 분사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며 네이버의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 실무형 경영자 한성숙 대표 ·최인혁 COO 등기이사로 이사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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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네이버는 관리형 전문경영인이었던 김상헌 대표 임기 만료와 이해진 GIO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세대 교체가 진행됐다. 이 GIO는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부에 있다'는 지론하에 차기 대표를 육성했다고 알려졌다. 내부에서 주요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성장을 이끌어온 한성숙 대표가 적임자로서 전문경영인 자리에 올랐다.
한 대표는 민컴, PC라인 등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씨앗'이라는 한글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자 인터뷰를 계기로 1994년 나눔기술이라는 스타트업으로 옮기며 IT업계에 몸을 담았다. 1997년 엠파스로 옮긴 후 검색사업본부장으로서 '오픈 검색'을 도입한 인물이었다.
2007년 네이버로 자리를 옮긴 후 검색품질센터 이사직을 역임하며 검색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했고 2012년 서비스1본부장을 맡았다. 웹툰, 웹소설 등 수익 모델 만드는데 기여했고 모바일 및 동영상에 특화한 서비스를 발굴했다. 브이라이브(V LIVE), 네이버 페이 등이 한 대표가 총괄해 성과를 낸 서비스다.
2017년 대표 자리에 오른 후 한 대표는 해외 영역을 지속해서 넓히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한 차례 진통을 겪었지만 모바일 첫 화면 개편 등 기술로 위기를 돌파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투자에 따른 영업 비용으로 이익은 감소했지만 연매출 5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5조원 매출 규모로 성장한 네이버를 이끄는 한 대표와 함께 중심 축 역할을 하는 인물이 최인혁 경영리더(COO)다. 삼성SDS출신으로 2000년 네이버에 합류한 최 COO는 한 대표만큼 네이버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최 COO는 네이버 내부에서 쌓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빠른 결단과 추진력을 발휘하는 '실행 리더'로 알려져 있다. 이 GIO가 등기 이사직에 물러나면서 지난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한 대표와 함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 전문경영인과 7개 CIC 조직 대표·경영 리더가 힘 보태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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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CIC 제도 도입 후 첫 조직이었던 웹툰&웹소설 CIC는 네이버웹툰이라는 자회사로 분사 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웹툰에 이어 분사가 유력한 CIC는 서치앤클로바다. 네이버의 검색엔진과 클로바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지난해 5월부터 CIC로 운영돼 왔다. 서치앤클로바는 검색 전문가인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다.
네이버의 디자인 전략을 총괄하는 아폴로 CIC는 김승언 대표가, 네이버의 대표 그룹 서비스인 '밴드'와 '카페'를 운영하는 그룹&CIC는 캠프모바일 대표를 역임한 김주관 대표가 맡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V라이브' 등을 담당하는 V CIC는 박선영 대표와 장준기 대표가 공동으로 맡고 있으며 글로벌 지역 정보 관련 서비스를 진행중인 글레이스 CIC는 이건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네이버 커머스를 담당하는 포레스트 CIC는 이윤숙 대표가 네이버페이 CIC는 최진우 대표가 맡고 있다.
7개의 CIC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사업을 확장한다면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경영 리더로서 안살림을 챙긴다. 전문경영인과 각 리더들이 머리를 맞대 네이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구조다.
여기에 올해부터 책임리더급이 신설되며 조직에 활력이 생겼다. 네이버는 책임 리더 신설을 통해 네이버가 창업을 위한 혁신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책임리더는 CIC 대표 전 단계의 중간 관리자 직급이다. 68명의 책임리더가 성과를 낸다면 CIC의 종류와 수가 확대된다. 사내 창업 생태계 선순환을 통해 네이버의 성장을 도모하는 큰 그림이다.
네이버 측은 "2019년은 새로운 도약과 성장이 이뤄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로, 변화를 통해 길을 열어가는 창업가형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책임 리더 도입과 함께 주요 인재 637명에게 83만 7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파운더십이 있는 리더들에게는 확실한 도전의식을 갖게 해주는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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