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강한기업]롯데케미칼, 실적 하강기 빛나는 신격호의 유산IMF 직후 '차입 감축' 우선순위로, 이후 사실상 무차입 경영 유지
박기수 기자공개 2019-05-08 08:21:52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7일 14: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의 사이클(시황)이 완만한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롯데케미칼의 튼튼한 기초 체력이 시장의 조명을 받고 있다. 순차입금비율이 0%에 수렴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년이 흐른 현재까지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춰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외부 환경 변화에 수익성이 잠시 주춤하더라도 재무구조가 부실한 다른 기업보다는 비교적 타격이 덜한 셈이다.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7218억원, 영업이익 2957억원을 기록했다. 전기 영업이익(1004억원)보다는 2배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나긴 했지만 작년 1분기(6620억원)와 비교했을 때는 무려 55.3% 감소했다. 매출 역시 작년 1분기 4조1232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올해 1분기에 9.7% 줄어들었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석유화학업계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수혜를 제대로 봤던 기업이다.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롯데케미칼은 매년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석유화학 업체로서는 '경이로운' 수준인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초호황이 끝나고 하락세에 접어드는 사실상의 첫해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실적 하강 국면에서 시장의 관심사는 통상 기업의 '유동성'에 쏠린다.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에 수익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재무 구조가 부실할 경우 차입금 상환 불능 등의 리스크가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는 롯데케미칼에는 '먼 이야기'다. 롯데케미칼은 2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우량한 재무구조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57.9%다. 차입금의존도도 22.3%로 양호한 편이다.
전체 차입금 중 보유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1152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 대비 비중인 순차입금비율은 0.9%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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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건전한 재무 구조는 신격호 명예회장(사진)의 경영 성과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허수영 롯데케미칼 고문이 지난해 말 열렸던 소규모 기자 간담회에서 우량한 재무 구조의 비결을 밝히면서다. 허 고문(당시 허 부회장)은 "IMF 경제위기가 닥치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지시로 기업공개(IPO)를 나서 부채 부담을 크게 줄였다"라면서 "IMF 당시 신 명예회장이 가장 먼저 주문했던 것이 바로 '차입 감축'이었다"고 말했다. 허 고문은 롯데 계열사인 롯데물산 등을 통해 저리 금융을 받는 등 도움을 받았을 때도 신 명예회장의 존재감 덕분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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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IMF 이후 세 번의 대형 인수작업이 있었음에도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롯데케미칼은 2003·2004년에 각각 현대석유화학의 대산공장과 KP케미칼을 인수했다. 2010년과 2015년에는 타이탄케미칼(현재 롯데케미칼 타이탄)과 삼성과의 화학 3사 빅딜을 이뤄냈다. 세 번의 대형 인수로 들어간 자금만 '조원'은 가뿐하게 넘어간다. 그러나 인수 후에도 부채비율이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등의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매년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함과 동시에 무리한 차입을 통한 M&A는 지양해왔다는 의미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바라보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는 AA+로 '초우량' 등급"이라면서 "IMF 경제위기 이후 부채비율 등 재무 지표들이 큰 움직임 없이 안정적인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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