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만들기 시즌2' 나서는 롯데케미칼 2012년 대산유화·KP케미칼 흡수 시나리오 재현, 롯데첨단소재·롯데정밀화학 합병 추진
박기수 기자공개 2019-04-24 18:16:36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4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약 10년 만에 피출자회사 '3사 합병' 프로젝트를 재가동했다. 10년 전 합병 시나리오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배력을 충분히 보유한 비상장사 한 곳과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상장사 한 곳을 합병하는 구조까지 닮아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한 뒤 상장사인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첨단소재는 롯데케미칼이 지분 90%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다. 반면 롯데정밀화학은 롯데케미칼의 지분율이 31.13%에 그치는 상장사다.
롯데케미칼 고위 임원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의 합병 검토설에 대해 "2009년과 2012년에 이뤄졌던 호남석유화학-롯데대산유화-KP케미칼의 3사 합병의 2탄이라고 보면 된다"라면서 "비상장 자회사 한 곳과 상장사 한 곳을 합병하는 것도 지난 2009년과 2012년 때의 3사 합병 때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호남석유화학 시절 2003년과 2004년에 롯데대산유화(舊 현대석유화학)와 KP케미칼을 각각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그룹 내에서는 호남석유화학과 함께 두 자회사를 묶어 '유화 3사'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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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호남석유화학은 한 지붕 아래 유화 3사가 모이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2008년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2008년 호남석유화학은 100% 자회사였던 롯데대산유화를 합병하기로 결정하고 2009년 1월에 공식 합병한다. 에틸렌 생산능력이 여천NCC에 이어 국내 2위 규모로 도약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KP케미칼이었다. 호남석유화학은 롯데대산유화의 합병 작업이 끝난 뒤 KP케미칼의 합병도 추진했으나 걸림돌은 KP케미칼이 상장사라는 점이었다. 다만 당시 KP케미칼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금액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당시 합병에 반대하는 호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의 주식매수청구금액은 약 7000억원이었다. 호남석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과도한 현금을 주식매수청구금액으로 유출하면 유동성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012년 상법 개정으로 소멸 법인의 주식 가치가 존속 법인의 시가총액 대비 10%를 넘지 않으면 주주총회를 소집하지 않고 이사회 결정만으로 합병이 가능하게 되면서 KP케미칼도 호남석유화학의 지붕 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3사 합병 2탄'의 양상은 어떨까. 우선 롯데대산유화의 합병 때처럼 롯데케미칼-롯데첨단소재의 합병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첨단소재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정밀화학은 KP케미칼의 합병 때처럼 일정 부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롯데정밀화학의 시가총액(23일 기준 1조2126억원)이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23일 기준 9조4429억원)의 10%를 초과해 합병을 하려면 반드시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은 KP케미칼 인수 당시 보유했던 KP케미칼 지분보다 롯데정밀화학의 지분을 더 적게 가지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체 지분에서 롯데케미칼의 몫은 3할에 그친다. 이외 국민연금이 11%,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Hermes Investment Management)가 5.59%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몫은 45.3%에 달한다. KP케미칼 합병 때처럼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청구될 경우 합병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롯데케미칼 고위 임원은 "(롯데정밀화학의) 합병은 KP케미칼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매수 청구권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첨단소재와 달리 상장사이기 때문에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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