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14일 08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남 노른자 위 텅빈 건물, 임대 수요를 찾는 플래카드 하나 없이 폐가처럼 방치된 곳이 꽤 있다. 재건축을 위한 것도 아니요, 임대수요가 없는 계륵같은 곳도 아니다.강남 요지에 이처럼 흉물같은 곳이 상당하다는 게 그쪽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과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알짜 건물이 장기간 방치되는 이유 '열에 아홉'은 상속분쟁이라고 한다.
분쟁이 생겼다면 팔아서 각자 나누면 그만일텐데 그마저도 어렵다. 혹은 분쟁을 하더라도 임대를 해서 조금씩 수익을 챙겨 나갈 수도 있는데 이 역시 불가능이다. 그말은 분쟁 당사자들이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뜻이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아는 가족들이라 극단을 치닫다보니 대화마저 어렵다. 이 정도면 부모 재산이 자식들에게 독(毒)이다.
재산과 관련,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 대한 믿음이 특별하다. '우리 자식들은 돈 가지고 안 싸운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외부의 냉정한 시각을 가진, 자산관리의 베테랑 PB들이 보면 '이런 생각을 가진 가족일수록 더 치열하게 싸운다'고 한다. 반면 '상속재산을 놓고 무조건 싸우기 마련'이라는 전제를 깔고 부모들이 미리 증여를 하는 경우 분쟁의 불씨를 그나마 줄인다고 한다.
화제를 한진그룹으로 전환해보면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고(故) 조양호 회장의 따듯한 일화 등 그 일대기를 조명하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형제들의 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을 무난하게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도 곁들여진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결례임에도 불구하고 조양호 회장의 실책 두가지는 확실하다. 자식 교육에 다소 소홀했다는 평가는 이미 여론이 검증했다. 가족들이, 특히 자식들이 한진그룹의 위기를 자초했으니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더 큰 패착은 '만만치 않은' 자녀들간 상속재산을 미리 갈무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세자녀 그리고 아내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있는 갈등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물론 준비하기 전 갑자기 운명을 달리할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을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놓고 한진그룹 분쟁의 불씨가 점화되는 분위기다. 일단은 봉합되는 듯하나 뭔가 불안불안하다. 상속분쟁은 결국 '끝의 끝, 그리고 또 한번의 끝을 봐야 진짜 끝날 수 있다'는 베테랑 PB의 말이 떠오른다. 강남의 흉물빌딩이 오버랩되는 건 과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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