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제약 M&A]쇠락한 레모나…양준호 회장 창업정신 이어갈까녹십자, HS바이오팜 편입 거치며 경영권 불안해져…사업성과는 반등 모색
서은내 기자공개 2019-05-17 08:07:01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6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제약은 고 양준호 회장이 1957년 창업한 62년 전통의 제약사다. 양준호 회장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기업 정신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경남제약을 건실한 기업으로 키웠다. 위장약, 감기약, 무좀약 개발을 시작으로 제약사 기반을 다졌으며 1983년부터는 '레모나'를 핵심 브랜드이자 주력 매출원으로 삼아 경남제약의 이름을 알렸다.하지만 경남제약은 최근 10년째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년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잦은 경영권 분쟁으로 거래소로부터 올초 상장폐지 가능성도 통보받았다. 마지막 카드로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국민 기업이던 경남제약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양준호 회장은 1926년생으로 1950년 경남약국을 열었으며 이후 경남제약을 창업했다. 50여년간 회사를 키우면서 제약업계 발전에 세운 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두차례 받기도 했다. 경남제약의 레모나는 국민 비타민C로 통했다. 무좀약 PM은 집집마다 하나씩은 비치된 상비약이었다. 중견 제약사의 면모를 갖추며 경남제약은 건실한 성장을 이어갔다.
경남제약은 양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안정적이었던 지배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양준호 회장은 지병으로 2004년 3월 별세했다. 동생인 양인호 당시 경남제약 사장이 경영권 매각을 검토했다.
당시 양준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 지분 70%를 200억원에 녹십자 계열사인 녹십자상아에 넘겨주며 M&A가 이뤄졌다. 최대주주는 바뀌었지만 주요 경영진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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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약이 쉽지는 않았다. 녹십자는 인수 4년만인 2007년 경남제약 지분을 HS바이오팜이란 회사에 매각했다. HS바이오팜은 전자부품을 제조하다 2007년 HS바이오팜으로 사명을 바꾸고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녹십자의 경남제약 매각을 두고 당시 노조는 강력한 반발을 하기도 했다. 노조는 파업까지 감행하며 거세게 반대를 했다. 녹십자의 경남제약 인수 후 재매각을 두곤 '먹튀'논란이 일기도 했다. 녹십자가 유상감자와 매각 등을 통해 4년만에 원금의 두배가 넘는 이익을 남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시 녹십자는 경남제약 외에도 이노셀 등 크고작은 업체를 인수하며 주식투자와 같은 차익 남기기 식 M&A를 진행했다. 경남제약 역시 녹십자가 인수 이후 곧바로 유상감자를 통해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했으며 남은 지분도 HS바이오팜에 팔았다. 녹십자는 자기 자금으로는 120억원의 원금을 투자해 13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제약은 2007년 HS바이오팜으로 넘어간 뒤 실적이 급락한다. 전년에 비해 매출액은 40%가까이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희철 HS바이오팜 대표의 분식회계와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 대표는 2008년부터 저질러온 분식회계로 2014년 구속됐으며 풀려나온 후에 또다시 횡령 및 사기 혐의가 추가돼 징역형을 받았다. 이 대표와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이 빈번했고 소송공방 탓에 경남제약은 주력 사업에 힘을 쏟지 못했다. 매출은 2008년 437억원에서 지난해 415억원으로 10년째 그대로다.
2014년 이후로는 2018년까지 매출 역성장은 없었지만 지난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경영진들이 이희철 대표를 상대로 16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비용 허비가 심했다.
급기야 올초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경영투명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경남제약은 부랴부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 우량 투자자를 최대주주로 맞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번 공개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이오제네틱스가 그간의 흑역사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경영 개선을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경남제약의 사업적 흐름은 괜찮다. 경남제약에 따르면 가결산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94억원)보다 11% 늘어난 105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2억원, -3억원으로 영업적자를 낸 것과 달리 올해 1분기는 흑자 전환했다.
'레모나'에서 기반한 경남제약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인정할 만하다. 최근 경남제약 인수전에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뛰어든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레모나나 PM 등 OTC 기반의 의약품 매출은 꾸준하며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건기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에 매력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제약의 아킬레스건은 불안한 경영권이었다. 안정적인 경영권이 담보된다면 기업 가치는 다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경영권 문제가 안정화되는대로 해외사업 공략 등을 위해 본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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