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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LG 인식 조사]구광모 회장에 조언…"기업·기술·문화 혁신을"(11)'새롭게 변신' 주문, 마케팅 홍보 강화·급여인상 답변도 눈길

김장환 기자공개 2019-06-03 08:11:51

[편집자주]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위권이지만 통상 두번째로 호명된다. '인화정신'이나 깨끗한 오너십은 호평을 받는 반면 만년 2등이란 이미지도 뿌리깊다. 더벨은 LG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LG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일반인 전화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일반인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4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3% 수준이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은 총수가 바뀐 지 딱 1년이 됐다. 고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작고로 아들 구광모 회장이 지난해 6월 그룹 전면에 서게 됐다. 구 회장 부임 후 작은 아버지인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 뒷선으로 물러나고 각 계열사 임원진도 대거 교체됐다. 앞으로 시작될 변화와 쇄신의 바람은 더욱 빠르고 매섭게 이어질 전망이다.

무대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구 회장을 향한 시선은 나쁘지 않다. 40대 초반 젊은 나이의 대기업 그룹 회장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 보이지만 더벨이 진행한 LG 인식 조사 결과에선 경제계 인사를 비롯해 대중들도 '합격점'을 줬다. 설문에 응한 전문직 종사자 75.4%, 일반인 83.7%가 구 회장이 LG를 잘 이끌어갈 사람으로 본다는 응답을 내놨다. 승계 시기도 적절했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LG의 변화가 필요하고 불가피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번 설문에서 주관식으로 구 회장을 향한 조언을 묻자 '혁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순 카테고리론 '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혁신경영·기술혁신·기업 문화 혁신 등 LG가 체질부터 제품, 기술까지 모두 변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막 오른 구광모 회장 시대…경제계 인사들 조언 '공통점'은 혁신

전문직 종사자 343명을 대상으로 한 대면 설문 조사에서 주관식으로 물어본 'LG 구광모 회장에 대한 조언' 항목에는 모두 219명이 응답을 했다. 이 중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기업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19.6%에 달하는 응답률을 보였다.

그 뒤를 이어 정도 경영과 혁신경영이 16%, 기업투자와 기술혁신 11.4%, 보수적인 기업문화 쇄신과 혁신 문화 10.5% 선택과 집중 10.5%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주관식 응답은 설문 응답자들이 자율로 답을 한 것을 비슷한 유형끼리 카테고리를 만들어 응답률을 구했다.

가장 많은 답은 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이지만 혁신을 한 카테고리로 묶으면 더 많은 응답이 도출된다. 혁신경영, 기술혁신, 혁신문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더하면 37.9%로 집계된다. LG가 현재의 모습을 탈피해 새롭게 변신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그만큼 많다.

이 같은 답변을 가장 많이 내놓은 설문 집단은 투자은행(IB)업계 종사자들로 나타났다. IB업계 관계자 49명이 기업발전 노력과 혁신 조언을 했고, 뒤를 이어 컨설팅 등 서비스업 종사자 40명도 같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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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오랫 동안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펼쳐왔던 것으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인수·합병(M&A) 등 그룹 확장에 소극적인 양상을 지속해 왔고 '인화정신'을 모토로 인력 교체, 외부 인재 영입에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비즈니스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더라도 해당 부문의 임직원을 문책하고 잘라내기보단 다른 부서로 배치해 또 다른 기회를 주는 게 LG의 인화정신이었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 4대 그룹과 크게 비교되는 부분도 이처럼 보수적인 기업 분위기가 꼽힌다. 삼성 등에서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비즈니스가 나오면 해당 부서장이나 책임자는 경질되기 십상이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과감한 M&A를 하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을 배치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상'과 '벌'을 병행한다. 그동안 LG는 '신상'은 있어도 '필벌'은 부각되지 않았다.

구 회장 부임 후 LG그룹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부 인재 영입이 활성화됐다. LG는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에서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이사와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문장을 각각 지주 사장과 부사장, 인사팀 상무로 영입했다. LG화학엔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해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LG전자에 성과주의를 강화한 인센티브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보인다. 설문 결과를 보면 구 회장이 LG그룹에 보다 더 강한 변화의 흐름을 심어주기 원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선대 뜻' 정도경영 유지 기대…사업적 변화 바람도 담겨

두번째로 많이 나온 답변은 정도경영과 혁신경영(16%)이었다. 정도경영은 인화정신과 더불어 LG그룹의 모토로 볼 수 있다. LG그룹은 지주사를 비롯해 각 계열사에 '정도경영실'이란 별도 조직을 두고 있기도 하다. 정도경영실은 임직원의 비위혐의를 모니터링하는, 감사팀보다도 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부서다. 정도경영을 향한 염원은 말 그대로 별다른 잡음 없이 LG를 잘 이끌어온 선대의 정신을 후대 구 회장 역시 잘 물려받기 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답변으로 해석된다. 과감한 경영과 투자(4.6%), 기업경쟁력 강화(4.1%), 사회공헌 활동 확대(3.7%) 등도 뒤를 이어 많이 나온 답변 묶음이었다.

선택과 집중(10.5%)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LG그룹 각 계열의 사업군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와 연계해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설문에서 부정적 답변이 보다 많게 나온 항목은 스마트폰 사업 지속 및 듀얼스크린폰 출시 등 LG전자 MC사업부 관련 질문 정도였다. MC사업부가 지속해 적자를 내고 있어 사업 유지에 부정적 인식이 보다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와 AI 등 미래 세상을 고려해볼 때 MC사업을 포기하는 건 LG에게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이를 유지하는 걸 부정적으로 본 셈이다. 구 회장을 향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소수 의견으론 △급여인상과 복리후생 강화 △정치권과 각을 세우지 말것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도전 △5차 산업에 선제 대응 등의 응답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삼성 등에 비해 급여가 낮다는 점과 외부 인재 채용에 소극적이란 점에 대한 지적이다. 최근 정치 관련 이슈로 다른 대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LG엔 이같은 잡음이 없길 바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파격적인 도전이나 4차 산업을 넘어 5차 산업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은 비교적 덜 공격적인 LG의 그동안 투자 패턴에 대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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