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안착 '글쎄' [크레딧 애널의 수다]③규제 회피성 목적, 'AAA' 무한신뢰…발행 유인 부족
피혜림 기자공개 2019-06-12 14:39:16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0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가 국내 채권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의 첫 발행으로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크레딧 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경제적 실익보다 규제 회피 목적이 강하다며 KB국민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이 은행권 전역으로 퍼져나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역내 시장 역시 한계로 지목됐다. 커버드본드가 활성화한 유럽의 경우 다양한 국가가 유로존이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어 타국 은행 신용에 대한 믿음이 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채에 대한 불신을 커버드본드로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은행에 대한 'AAA'등급에서 볼 수 있듯 절대적인 믿음이 있어 사실상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C: 저는 커버드본드가 국내 채권시장에 안 나올 줄 알았다. 커버드본드는 담보가 있고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이라 약발을 보려면 등급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 신용등급은 'AAA' 이상이라 그게 적다. 일반 회사채(SB) 발행보다 비용도 비싸다. 비용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를 일부 낮춘다해도 경제적 실익이 없다.
최근 국민은행이 만기 5년 이상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건 원화예대율 산정 시 1%까지 예수금으로 인정해줘서다. 내년 1월부터 예대율 규제가 바뀌어서 가계대출 가중치가 올라간다. 주택은행이 합쳐진 국민은행은 개미들이 몰린 곳이다보니, 심하게 말하면 가계대출에 올인한 은행이라 내년 예대율을 맞추기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국민은행은 경제적 판단보다 예금을 늘리고 1%까지 인정해주는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도 늘렸다. 은행들이 연초 CD 발행을 많이 한 것 역시 이 이유다. 국민은행은 여기 얹어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건데 다른 은행도 따라 할 진 모르겠다. 이건 경제적 실익보단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발행을 할 필요가 있는 거라 본다.
A: 유럽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유로존 속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싹터서 커버드본드가 활성화됐다. 지역은 다 떨어져 있는데 거래는 같이 되다보니 영국 애들이 교활한 도이치뱅크를 어떻게 믿고 투자하겠는가. 독일이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에 어떻게 투자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금융위기 당시에 '못 믿겠지? 땅 담보로 같이 줄게' 이런식으로 토지를 담보로 한 거다.
무너진 무보증 은행채 시장을 담보채를 통해서 재활시킨 게 커버드본드라 유럽에선 이게 하나의 마켓 섹터로 자리를 잡았는데 우리나라는 전북은행 이런거 다 그게 그거지 않나. 우리로 치면 일본, 중국, 한국, 베트남까지 통합되서 하나의 시장이 되지 않는 한 커버드본드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다만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율을 어느정도까지 올리고자 하는 제도적 차원에서는 커버드본드에 대한 정책적 지원 유인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적 실익은 없다.
B: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커버드본드가 위험가중치 적게 가질 수 있어 니즈가 있다. 은행채 발행할 때 사실 3년짜리 잘 안 한다, 대부분 1년짜리. 그나마 은행채 5년짜리 나와주면 공사채 5년보단 스프레드가 좋은 측면 있기 때문에 5년 은행채 대신해서 살 만한 니즈는 있어서 관심이 있는 정도다.
A: 있는정도 넘어 강하죠. 5년 공사채가 없다.
B: 은행채는 5년물 발행을 안 하다보니 스프레드 많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가격적 메리트나 여러 제도적 지원으로 투자 유인이 있긴 한데 사실 여긴 공급 사이드에서 니즈가 많지 않다.
C: 또 하나 MMF(머니마켓펀드)가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나 정기예금 이런거 담을 때, SPC(특수목적법인) 기준이 아니라 기초자산 기준으로 하겠다는 규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해당 규제가 제대로 되면 한 은행이 정기예금으로 소화할 수 있는 룸이 적어질 수 있다. SPC 만들어봤자 펀드에 담을 수 있는 게 10%고 이런게 같이 맞물리면 은행들이 막판에 SPC 여러개 만들어도 예금담보ABCP 발행 물량을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렇다 보니 예대율 규제 맞추기 위해서 커버드본드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어 보인다.
B: 오히려 2014년에 커버드본드법 처음 나왔을 때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이 커버드본드 레포트 많이 내고 시장에서도 얘기가 꽤 나왔다. 이후 발행이 한 건도 없다보니 이제 시장 내 아무도 관심을 안 갖게 된 대표적인 채권이 됐다. 최근까지도 커버드본드의 '커'자 얘기만 나와도 시장에서 '인기 있겠어?' 하는 분위기였는데 국민은행이 찍기 시작하니까 투자자도 많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A: 당국에서 강하게 예수금을 인정해주고 위험비율 낮춰주고 한 거 아니면 사실상 발행 유인 없다. 기본적으로 커버드본드가 활성화하려면 지역국가는 아니고 역내 단위의 시장이 있어야 되고 또 유럽처럼 서로 못 믿어야 한다.
C: 맞다. 유럽에서 활성화된 것도 은행을 못 믿으니까 좋은 담보라도 얹어라 한 것.
A: 우리는 근데 잘 믿잖아. 선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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